국책은행의 명예퇴직 제도를 두고 때아닌 '국민정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책은행은 명예퇴직금을 올려 임금피크 적용 대상을 줄이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공기관과의 형평성(국민정서)을 내세워 명퇴금을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제도개선을 위한 실무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공공기관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지난 2015년 이후 7년째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자가 '0명'인 탓이다. 최근 6개월 동안 5대 시중은행에선 희망퇴직으로 2600명이 짐을 쌌다.
◆국책은행 명퇴자 7년간 0명
정부가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제도를 들여다보는 이유는 임금피크제 급여보다 명퇴금이 적어 명퇴를 택한 인력이 없어서다.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책은행의 명퇴금은 월평균 임금의 45%에 남은 퇴직기간의 절반 어치를 곱해서 준다. 사실상 시중은행 명예퇴직금의 20~30%에 머무는 셈이다.
금융노동조합 관게자는 "명퇴를 하느니 임금피크제에 들어가 정년까지 버티는 게 당연한 상황이 됐다"며 "고령자 비중이 매년 늘어나 조직이 급격히 노후화되고 있다"고 했다. .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 인력규모는 늘어가는 실정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의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1685명으로 지난 2016년 194명 대비 768.6% 증가했다.
반면 신규 채용 규모는 2016년 430명에서 2017년 798명으로 증가한 후 2018년 607명, 2019년 653명, 지난해 469명에 그치며 줄었다.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게 되면 업무에 손을 떼기 때문에 사실상 실질 업무를 하는 사람은 줄고 있는 상태"라며 "명퇴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야 새로운 인력이 충원되면서 조직과 직원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정서는 어디로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국민여론과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기존 제도 하에 명예퇴직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홍 장관은 "이전에도 획기적으로 올려 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문제와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로 갑자기 올려줄 수 없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에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국민정서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젊은층의 경우 한 번 채용시장에서 밀려나면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 질 수 있는데 '신의직장'이라고 불리는 국책은행부터 명퇴금을 높여 인사적체를 해소해야 한다"며 "국민정서를 앞세운 정부가 결과적으로 누구의 이익을 보장해 주고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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