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반도체에 이어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샌드위치' 신세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경쟁을 뛰어넘을 대규모 투자 역량도 충분한 상황이지만, 좀처럼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 스마트폰 1위 '아슬아슬'
20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와 샤오미, 애플 순이었다.
샤오미가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오른 것. 2010년 창사 이후 첫 성과로, 전년 동기 대비 83%나 성장했다. 애플(1%)은 물론이고 삼성전자(15%)보다도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와 점유율 차이도 2%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전분기보다 3% 떨어지면서 19%, 샤오미는 17%다. 애플은 14%에 머물렀다.
샤오미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화웨이 부재가 꼽힌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신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신 샤오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
실제로 샤오미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라틴아메리카에서 300%, 아프리카에서 150% 이상 많은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화웨이 인기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했다.
삼성전자가 출하량 기준으로는 경쟁사인 애플에 그나마 월등하게 앞서있던 상황, 이제는 샤오미에 발밑가지 추격당하게된 셈이다.
그러면서도 매출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애플에 크게 열세를 보인다. 1분기 스마트폰 시장 매출 점유율이 애플 42%, 삼성전자는 17.5%에 불과하다.
애플이 프로맥스와 맥스 등 플래그십 모델 판매량이 훨씬 높고, 전체 라인업도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1 출고가를 낮추면서까지 화웨이와 LG전자가 자리를 비운 중저가 시장을 강화해왔다.
◆ 반도체 초격차도 '흔들흔들'
스마트폰 뿐 아니다.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도 경쟁 업계 추격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마이크론이 한발 앞서 4세대 10나노(1a) D램과 176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SK하이닉스도 뒤를 따르면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겼다. 여전히 기술적으로는 훨씬 앞서있다는 평가지만, 미세 공정 난이도가 크게 올라간 탓에 격차는 훨씬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도 표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천명하고 극자외선(EUV) 공정을 발빠르게 도입하면서 업계 1위 TSMC 추격 발판을 마련했지만, TSMC가 수백조원 규모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다시 앞서나가려는 모습이다.
TSMC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증설하면서 생산 능력을 크게 제고한데 이어, 일본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패키징 기술력까지 끌어올리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과 미국 등에 추가 투자와 함께 삼성전기 사업부를 인수하며 패키징 능력을 크게 높였지만, TSMC가 즉시 대응에 나서면서 점유율 방어에 나선 것.
삼성전자가 TSMC에 그나마 우위인 분야는 이제 3나노 이하 공정에 적용 예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정도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TSMC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허청에 따르면 주요 5개국 GAA 기술 특허 출원 비중이 TSMC 31.4%, 삼성전자 20.6%였다.
인텔도 'IDM 2.0'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를 정조준했다. 이미 미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를 현실화했고, 파운드리 업계 3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설까지 나오고 있다.
◆ 투자 실행 '아리송'
삼성전자도 위기를 벗어날 계획을 가지고는 있다. 당장 다음달 언팩에서는 성능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낮춘 폴더블폰 신제품을 공개할 계획,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잇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메모리 역시 양산이 다소 늦은 대신 성능과 수율 면에서는 경쟁사 대비 훨씬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국내외 투자 일정도 조율 중이다. 평택사업장에 이어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로 파운드리 경쟁력을 대폭 제고할 예정이다. 반도체 소재와 장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사들과 손잡고 노력하며 '소부장 독립'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초 의미있는 인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대폭 끌어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만 100조원 이상, 대규모 업체를 충분히 인수하고도 남을만한 금액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삼성전자는 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결정해놓고서도 부지를 최종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지역 정부와 협상이 길어진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수 합병 작업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네덜란드 NXP 등 전장 반도체 기업이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이미 몸값이 뛴 탓에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 문제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책임지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경영자가 자리를 비우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것. 코로나19 이후 투자와 M&A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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