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력난이 심각해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논란이다. 정부와 여당은 탈원전과 전력난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올 여름 폭염으로 전력난이 심각해지자 갑자기 신월성1호기, 신고리3호기, 월성3호기 등의 원전을 가동한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완전히 관계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원전 재난영화인 '판도라'를 본 뒤 '탈원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도라(원전)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에도 여러 비판이 많았지만 지금 전력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이 말을 곱씹어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불이 무서워서 불을 사용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사고를 낼 수 있으니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하나. 당시 대통령이 '부산행' 영화나 수력댐이 무너지는 영화를 봤으면 바이오산업을 금지하고, 수력발전을 없앴을 수도 있었겠다.
그렇다고 원전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태양광, 풍력발전 등은 보완재는 될 지언정 대체재는 되지 못한다. 전력 수요는 기술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면 결국 현재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탄소배출에 치명적인 석탄화력이나 기존 재래식 에너지 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단가가 비싼 LNG 등을 사용해야 한다. 환경에 부담이 되거나 국민 주머니에 부담이 되거나다.
원전에 사고가 나면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1986년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태 등은 끔찍한 재앙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기술 발전에 오히려 더 매진해야 하는 것이다. 원전 사고가 무서워 원전 자체를 치우라고 할 게 아니라, 보다 안전한 원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형모듈원전(SMR)으로 재기에 성공한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주가가 2017년 2만원이 넘었지만 글로벌 트렌드를 읽지 못해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해 3월에는 주가가 2200원까지 폭락했다. 화력발전 중심으로 사업을 벌였지만 탄소절감이란 흐름에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일부 원자력 사업도 했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아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정책의 희생양이란 얘기는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던 두산은 오히려 원전에서 재활의 기회를 찾았다. 물론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아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돈 되는 자산을 매각하며 오너 일가들의 지분 무상증자 단행 등 피나는 구조조정도 작용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 것은 '소형모듈원전(SMR)'때문이 크다. 기존 원전 기술의 단점을 보완한 SMR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두산을 포함한 1~2개 업체밖에 안 된다. 모두가 원전을 포기할 때 두산은 거기에서 기회를 봤고, 혁신적인 원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술발달을 보지 못하고 픽션에 휘둘려 세운 국가정책이 지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원전 포기로 우리가 가졌던 기술 프리미엄을 잃고, 우수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손실은 아예 금액으로 환산하기도 힘들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우리나라가 단전을 걱정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어떤 말도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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