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전 대학생 시절 30여 명의 전공 동기들 중에는 자신을 채식주의자라 칭하는 동기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채식주의에 관한 논의가 지금보다 활발하지 못한 때였다. 같은 학번끼리 술 한잔 기울이는 자리나 OT나 MT 같은 곳에서 그 동기는 가리는 게 많았다. 당시 우리는 그 동기를 위해 육류를 제외한 메뉴를 고려하거나 음식의 가짓수를 한 두 가지 더하는 식으로 배려의 폭을 넓혀야 했다.
그러면서 채식주의자 동기를 향한 볼멘소리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기를 안 먹는다면서 고기 성분의 분말 스프가 든 라면은 왜 먹나' '단백질인 육류를 온전히 제외하는 것은 몸에 좋지 않을 것이다' '채식주의를 택해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을 것이다' 등의 소리였다.
채식이 막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에, 채식을 선도적으로 실천했던 일부 연예인들은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음식을 가려서 섭취할 만한 시간적·비용적 여유가 있고 몸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채식이 쉬운 것인데, 대중을 상대로 채식주의를 강하게 주장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채식주의에 관한 시선이 관대해지고 채식이 건강을 위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채식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다.
채식의 종류는 보통 8단계에서 11단계까지 나눠진다고 한다. 비건(Vegan), 푸루테리언(Fruitarianism), 락토 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 준채식(Semi-vegetarian) 등의 종류가 11가지 단계에 속한다(메트로신문은 이달 채식에 관한 전문가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오해의 소지를 많이 받는 것은 완전 비건을 제외한 나머지 단계들이다. 특히 거의 대부분 채식을 하지만 때때로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 우유, 달걀, 닭고기까지만 섭취하고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는 폴로 베지테리안(Pollo-vegetarian) 등 준채식에 해당하는 이들이 주변의 날선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채식주의를 정의하고, 채식의 단계를 정확히 지키고 있는지 따지고, 채식주의 가치관에 관해 평가하는 것은 앞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알프스의 빙하가 녹으면서 최근 10년간 스위스 내 호수가 약 180개 증가하고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대기 중 농도 상황이 역대로 가장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폭우와 폭염, 산불 등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상 기후를 부추기는 축산 동물의 메탄가스를 줄지는 방법에는 육류의 과도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렸으며, 우리나라는 주최국 영국의 초청으로 정상이 참석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한 만큼, 세계를 이끄는 국가로서 여러 가지 의제 논의에 당당히 참여했다. 이 중에는 단연 환경 문제도 들어있다. 한국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주체적 노력을 기울여야할 위치에 서게 됐다.
선진국 시민으로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채식을 지향하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시선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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