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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곰브리치 세계사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박민수 옮김/비룡소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추석 때 할머니집에서 만난 사촌 동생에게 "학교생활은 좀 어때? 지금 시험기간 아니야? 공부 안 하고 여기 왜 왔어?"라는 꼰대스러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사촌 동생은 "내일모레 국사 시험인데, 그냥 포기하고 왔어. 역사는 왜 배워야 하는 걸까? 어차피 이렇게 달달 외워봤자 시험 끝나면 전부 까먹을 텐데"라고 푸념 섞인 말을 내뱉었다.

 

당시 필자는 "야, 나도 반에서 국사 꼴찌 했잖아. 뭐 이런 것도 유전되냐?"라는 싱거운 위로를 건넸는데, 이후로도 오랜 시간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국사 시간에 선생님이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3.1운동이 언제 일어났어? 아이고, 아이고 1919년. 오케이? 외워!"(영어 대문자 'I'가 숫자 '1'처럼 생겼고, '고'라는 소리가 숫자 '구'(9)와 비슷하게 들리므로 이렇게라도 암기해 시험을 잘 보라고 알려준 팁 아닌 팁이다.)라는 우스갯소리밖에 없다.

 

필자는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고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됐다. 역사를 알면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1+1이 왜 2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이게 뭔 소린고 하면, 살면서 당연시 여겨왔던 것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를 설명해준다는 말이다. 종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 '페이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 역사책은 알려준다. 기원전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 언저리에 자라나는 갈대 같은 풀인 '파피루스'로 책을 만들었다. 영어 '페이퍼'나 독일어 '파피어'는 '파피루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두번째는 현재 우리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준다는 것이다. 기원전 1370년경 파라오 이크나톤은 여러 신을 모시는 이집트의 종교에 반감을 품고 자신의 백성들에게 태양신 하나만을 경배할 것을 명령한다. 그는 옛것이라면 모두 반대하고 새로운 발상을 옹호했다. 오래된 사원을 모두 폐쇄하고, 궁전의 그림도 모두 새 양식으로 그리게 했다. 이크나톤이 죽자마자 이집트인들은 옛 풍습과 예술 양식을 되살렸고, 이집트의 다신 숭배 전통은 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변함없이 유지됐다. 이 이야기에서 종교를 민족으로 치환해보면, 난민 이민자 배척 정책을 펴며 반지성주의를 증폭시킨 세계 지도자들의 정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지혜로운 말은 녹색의 보석보다 구하기 어렵지만 맷돌을 돌리는 가난한 사람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5000년 전 한 이집트인이 파피루스에 적어 놓은 경구라고 한다. 461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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