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유세 기간에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다음 시장은 누가 됐으면 좋겠냐?'고 묻고 다닌 적이 있었다. 기자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나온 두 후보 중 누구를 뽑을 거냐'고 물은 것도 아닌데 대부분 사람들은 '둘 다 싫다'는 대답을 했다. 아마 그간의 경험상 누가 됐든 간에 거대 양당이 후보로 내놓은 인물 중 한 사람이 선거에서 당선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해서인 듯했다. 최근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후보자가 다주택 논란 끝에 사퇴하는 모습을 보며 그때 시민들이 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전부 마뜩잖아했는지 알게 됐다.
앞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의 마지막 날인 지난 4월 6일 노원구 상계백병원 사거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위선의 뜻이 뭐냐. 입으로는 공정과 상생을 얘기하면서 뒤로 하는 행동은 공정을 파괴하고, 진실에 반하는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그가 SH공사 사장으로 추천한 김현아 후보자는 어떠했는가.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저격수로 맹활약을 펼쳐왔던 김 후보자였지만,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4채(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상가, 부산 금정구 부곡동 아파트, 부산 중구 중앙동 5가 오피스텔)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다주택 보유 지적에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는 해명은 분노에 기름을 부었고, 결국 김 후보자는 지난 1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관련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시대적 특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사장까지 했으면 특혜 더 누려서 부동산 40채 소유했겠네", "서민들은 1채도 사지 못하게 하고 이것들은…", "'부동산 투자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강의하러 다녀라. 잘 어울린다", "그래 후보 사퇴하고 부동산 지키는 게 낫겠지. 한국에 집이 이렇게 많은데 젊은층이 내 집 마련 희망조차 없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놓고 세금은 꼬박 잘 걷어가고", "집은 못 던지고 감투를 벗어던지는 거 보면 부동산 값은 더 오르려나 보네", "사장직보다는 집이 남는 계산"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 후보자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데 대해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2일 "후보자의 내로남불 행태로 인한 사필귀정의 결과"라는 논평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로남불 논란에서 자유로운가. "쇼하지 마라", "배신감을 느낀다", "국회의원만 (조사)하면 되지 우리한테 이러냐" 지난 6월 23일~7월 2일 서울시의원들에게 부동산 전수조사에 함께 나설 것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한 정의당 권수정 의원에게 동료 의원들이 쏟아낸 말이다. 사회운동 연대기구 '코로나 너머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너머서울)에 따르면, 전체 서울시의원의 12.7%(14명)만이 부동산 전수조사 참여 촉구에 동의를 표했다. 서울시의원 110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인데, 이 중 88명이 답변을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내로남불 운운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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