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시 달리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와 영업, 대규모 M&A는 물론 사회 공헌 활동도 속도를 붙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라는 데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제한된 운신의 폭 속에서 어떻게 경영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가 숙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먼저 미국 투자를 확정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생산기지 증설을 결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현지 정부와 세제 혜택을 비롯한 논의를 이어가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들 추격도 더 빨라졌다. 반도체 쇼티지로 파운드리 산업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 대만 TSMC가 수백조원 투자로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새로운 생산 기지를 준비하는데 이어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육성을 선언하며 5년 안에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계획까지 공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해왔다. 전문경영인이 20조원 규모 투자를 확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기남 부회장도 지난 6월 청와대 간담회에서 총수 부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미국행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현지에서도 이 부회장 가석방을 의식해 삼성전자 팹 유치전에 돌입했다. 최근 삼성전자 임원진이 뉴욕주 척 슈모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초대로 제네시 카운티 '과학기술첨단제조산업단지(STAMP)'에 답사를 다녀왔으며, 다른 후보지들과도 수조원대 세제 혜택이나 시설 구축 등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 확보 역시 이 부회장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종전까지는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업체만이 EUV 장비를 사용했지만, 인텔까지도 EUV 공정을 도입키로 하면서 수요가 대폭 늘어나게 됐다.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 생산량은 1년에 30~40대 수준, 중국 SMIC 까지도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라 삼성전자에 떨어지는 몫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안정적으로 EUV 장비를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수감 직전에도 네덜란드 ASML을 찾아 직접 EUV 장비 공급망을 확인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네트워크 장비 부문에서도 이 부회장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일본과 미국 등에서 대형 수주에 성공한 것과 달리, 올 들어 이 부회장이 수감된 이후에는 경쟁업체에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이 부회장이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위해 전세계 주요 사업자들을 직접 만나왔던 만큼, 경영에 복귀하면 다시 한 번 판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대규모 M&A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가 100조원 이상 '실탄'을 보유하고서도 5년 가까이 그렇다할 인수 합병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이 부회장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을 고려한 대규모 M&A를 검토 중이라 밝힌 만큼, 전장이나 반도체 등 부문에서 경쟁력을 대폭 확대할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가 커진다.
추가로 사회공헌 활동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ESG 경영이 대세로 떠오른 가운데, 이 부회장이 앞장서 대대적인 기부와 사회공헌에 나설 수 있어서다. 아울러 준법감시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며 경영 구조도 대폭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창출 노력도 더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허용해 준 이번 법무부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삼성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라는 것. 취업 제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해외 출장을 위해서는 때마다 법무부 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시급한 일이 일어나도 제 때 떠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가석방 결정 직후 "법무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은 이러한 경영계의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 여러 부분에서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있어 추후에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우태희 상근부회장도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반도체 등 전략산업 선점경쟁에서의 초격차 유지와 미래 차세대 전략산업 진출 등의 국가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며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현장 방문 등 경영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냈다.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남아있다. '불법 승계'관련 재판을 위해 매주 목요일 법원에 출석을 해야하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한 재판도 오는 19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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