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 독자 운용에 나선다. 기존에는 해외 운용사와 협업해 상품을 운용했으나 독자 운용을 선포하는 운용사들이 늘고 있다.
◆TDF 순자산 반년 새 3.6조↑
TDF는 투자자가 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운용사가 자산 비중을 조정해 알아서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TDF는 증시 대비 낮은 변동성을 보여줘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내는 연금상품으로 적합하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자동으로 변동성을 낮게 관리하는 구조로 설계돼 미국, 호주, 영국 등 연금 선진국에서는 대표적인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채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저금리, 저성과에 노후자산 증식을 위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TDF 시장의 수탁고는 8조855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조2314억원에서 반년 새 69.2%나 금액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펀드 수도 107개에서 128로 급증했다. 특히 퇴직연금으로 유입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TDF는 자산배분 프로그램인 '글라이드패스(Glide Path)'가 필수 요소다. 글라이드패스는 투자자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일종의 설계도면이다. 그동안 해외 운용사의 글라이드패스를 활용해 위탁운용 혹은 자문계약 형태로 협업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키움·KB운용 '독자 운용' 선포
TDF 상품이 국내에 출시된 지 10년을 맞았다. TDF 시장 규모가 커지며 해외 운용사와의 협업 대신 '독자 운용'을 선언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1년 국내에 TDF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에 '라이프사이클펀드'라는 이름으로 TDF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2017년 재정비를 거쳐 현재 전략배분과 자산배분 등의 형태로 13개 상품이 운용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운용사 도움 없이 독자 운용을 이어가며, 지난달 기준 43.8%로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키움투자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독자 운용을 선언했다. 두 운용사는 각각 미국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 Limited), 뱅가드와 자문계약의 형태로 펀드를 운용해 왔다. 지난해 10월 TDF 시장에 진출한 메리츠자산운용 또한 독자 운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TDF 시장의 독자 운용 규모는 55.8%로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성주호 경희대 교수의 자문을 받아 글라이드패스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투자자의 행동재무학적 특성(손실 회피 성향)을 반영해 변동성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를 통해 제공 받은 글라이드패스는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고, 자문 또는 위탁 계약을 체결한 해외 운용사의 펀드로 포트폴리오가 치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B자산운용은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글라이드패스를 활용해 'KB다이나믹 TDF'를 지난 6월 출시했다.
김영성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상무는 "시뮬레이션 과정은 충분히 거쳤으나 판매에 앞서 회사 고유자금으로 일정 기간 먼저 운용하고 있다"며 "2050클래스를 기준으로 1개월 누적수익률은 1.14%로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자산운용사의 TDF 독자 운용에 대해 마케팅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인의 생애주기와 외국인의 생애주기가 과연 다른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글라이드패스 모델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나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데, 1년 단위로 로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노하우가 많은 해외 운용사의 도움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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