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광복절인 15일 오후 한국 땅을 밟았다. 일제강점기인 1943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광복을 맞이하지 못한 채 세상에서 떠난 지 78년 만이다. 1920년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뒤 1921년 연해주로 이주한 이후 100년 만에 고국인 한국에 돌아온 것이다.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은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당시 합의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당초 지난해 3·1절에 결정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은 같은 해 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을 기념해 이뤄질 예정이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미뤄졌고, 오는 16∼17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국빈 방문 계기에 다시 성사됐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지난 12일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특별한 역사적 유대와 80여 년을 이어온 양국 우정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홍범도 장군 유해는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을 단장으로 한 특별사절단이 지난 14일 카자흐스탄에 도착해 모셔왔다. 특별사절단에는 황기철 처장과 함께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 대표 자격으로 배우 조진웅 씨가 포함됐다.
이들은 유해 수습에 앞서 전날(14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있는 홍범도 장군 묘역 앞에서 추모식을 했다. 이어 유해를 수습해 현지병원에 임시 안치했다. 유해는 이날 오전 군 특별 수송기(KC-330)에 모셔 본국으로 봉송했다.
특별 수송기는 현지에서 출발한 뒤 카자흐스탄 상공을 3회 선회한 후 대한민국으로 향했다.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카디즈)에 진입한 이후에는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를 받으며 이날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엄호에 참여한 전투기는 F-15K, F-4E, F-35A, F-5F, KF-16D, FA-50 등으로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 기종을 모두 투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921년 연해주 이주 후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홍범도 장군을 최고의 예우로 맞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서울공항에서 홍범도 장군 유해를 직접 맞이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광복군으로 항일운동에 참여한 후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대한민국 독립과 자유 수호의 산 증인' 김영관 애국지사도 함께했다.
문 대통령과 김영관 애국지사 등은 유해가 도착한 뒤 로더(리프트)를 통해 특별 수송기에서 내렸다. 이때 군악대 성악병이 '올드 랭 사인'을 독창으로 불렀다. 이 곡은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에 작가 미상의 가사를 붙인 것으로 1896년 11월 독립문 정초식에서 배재학당 학생들이 합창한 뒤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국가처럼 불리던 노래다.
문 대통령 등은 유해가 수송기에서 내릴 때 분향과 묵념을 함께 하며 정중히 맞이했다. 이 자리에는 현지에서 유해를 모셔 온 특사단과 서훈 국가안보실장, 유영민 비서실장, 서욱 국방부 장관 등도 함께했다.
추모를 마친 유해는 이남우 보훈처 차장,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경찰 호위 하에 대전현충원으로 이동했다. 정부는 홍범도 장군 넋을 기리기 위해 16∼17일 이틀간 온·오프라인 국민추모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홍범도 장군 유해는 대전현충원 현충관에 마련한 임시안치소에 모시고, 현충탑 앞에는 추모 제단을 마련해 국민 누구나 선착순으로 현장 추모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독립운동 단체의 경우 사전 예약이 가능하고,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방식으로도 추모가 이뤄진다. 보훈처 홈페이지에도 '추모 페이지'를 개설해 온라인 상 헌화·분화 및 추모의 글 남기기도 준비할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해 동시 추모객 수는 제한하고 방역 지침도 철저히 준수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해마다 국외 안장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조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봉환을 추진하거나 단장 지원도 이뤄진다. 2017년부터는 국외 독립유공자의 유해 봉환 시 의전을 격상해 국무총리 주관 하에서 봉환식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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