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 전자 기기들이 더 빠르고 안정적인 성능을 필요로 하면서 전용 반도체를 찾아 나선 것. 시스템 반도체 시장도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슈퍼 컴퓨터 도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도조는 인공지능(AI) 연산에 최적화한 초고성능 컴퓨터다. 초당 36TB 용량을 처리하는 성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 자율주행 성능을 극대화할 핵심 요소다.
특히 도조에 탑재할 처리장치인 D1이 주목을 받았다. 트랜지스터만 500억개로, 테슬라가 직접 설계한 주문형 반도체(ASIC)로 만들어졌다.
테슬라는 AI 학습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 훈련에 특화한 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GPU보다는 더 빠르게 연산할 수 있는 칩을 만들었다는 것. 앞서 테슬라는 차량에도 엔비디아 GPU를 자체 ASIC로 대체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업계에서 테슬라봇보다 도조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성능 AI 연산을 가능케 하겠다는 계획, 테슬라는 이를 상용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ASIC은 특정한 용도에만 쓸 수 있도록 만든 반도체를 말한다. x86이나 Arm 등 아키텍처와는 달리 일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특정 용도로 사용할 때는 훨씬 빠르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미 자동차에 쓰이는 MCU 등 반도체가 대부분 ASIC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그 밖에도 높은 성능 보다는 안정적이고 정확한 연산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주목한다.
인텔은 지난해 첫 스트럭처드 ASIC 제품군인 'eASIC N5X'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5G와 AI, 클라우드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반도체로, 전력 소비와 가격을 최소화하면서 고성능 솔루션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발됐다. 최근에는 ASIC을 기반으로 한 최신 IPU도 내놨다.
애플 M1이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알려져있다.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지만, 자체 OS와 여기에 특화한 앱 생태계에 최적화해 반도체를 설계했다는 추측이다.
단, ASIC은 대량 생산을 하지 않으면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진다. 때문에 수요가 충분하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ASIC 대안으로 FPGA가 떠오르고 있다. FPGA는 필드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 프로그래머블 반도체로도 불린다. 이름 그대로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프로그램을 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양산 반도체를 주문형으로 쓸 수 있다. ASIC 개발 단계에서도 FPGA를 활용한다.
FPGA는 최근 데이터센터 가속기 시장에서 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ASIC에 비해 위험 부담이 적고, 필요에 따라 새로 프로그래밍을 해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어서다.
전장 분야에서도 FPGA 도입이 이어진다. 전기차와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ADAS)이 고도화하면서다. 자일링스도 전장용 FPGA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시장 규모도 올해 60억달러(한화 약 7조원)에서 2026년 90억달러(1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일링스가 점유율 50%를 넘기며 선두를, 인텔이 30%대로 그 뒤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에서도 ASIC과 FPGA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을 하거나 FPGA 기술을 제품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기에 ASIC을, SSD에 자일링스 FPGA 기술을 탑재하는 게 대표적이다. 테슬라 D1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수주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ASIC이나 FPGA는 개발 난이도가 낮으면서 효율이나 성능은 아주 높다는 게 장점"이라면서 "호환성이나 연결성 때문이라도 반도체 산업 주류로 자리잡기는 어렵겠지만, 특정 용도로만 활용되는 자동차나 산업용 기기, 전자제품 등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말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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