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전미영 옮김/부키
고3이었을 때 반에 시크릿 열풍이 불었다. 책의 내용은 간단했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아이들도 주변에서 시크릿에 나온 대로 했더니 정말로 소원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하나 둘씩 나오자 '이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간증(?) 내용은 다양했다. 시크릿 실천법을 따라 해 급식 시간에 장조림을 3개 더 받았다는 친구도 있었고, 전부터 사고 싶었던 한정판 운동화를 갖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심지어 누구는 중간고사 성적이 올랐다고도 했다. 코로나 시국에 주식을 안 하는 사람처럼, 당시 시크릿을 안 믿는 학우는 반에서 바보 취급을 받았다.
시크릿이 한국에서만 큰 인기를 끈 건 아니었다. 2006년 말 미국에서 시크릿은 폭발적 성공을 거두면서 단 몇 달 만에 380만부를 찍는 기염을 토해낸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시크릿에 열광한 걸까. 사회 비평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긍정의 배신'에서 시크릿을 필두로 한 동기 유발 산업의 뿌리를 추적한다. 책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다운사이징 여파로 미국에서는 약 3000만명의 전업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도 민간도 이런 사회적 혼란의 희생자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회사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게 됐다.
저자는 '평생 직장의 상실'로 인해 1990년대 코칭업이 급성장했다고 분석한다.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 AT&T는 향후 2년간 1만5000명을 정리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날, 샌프란시스코 직원들을 '성공 1994'라는 동기 유발 행사에 보냈다. 이 행사의 주연급 연사인 동기 유발 강사 지그 지글러는 "해고를 당하면 그건 당신의 잘못입니다. 체제를 탓하지 마십시오. 상사를 비난하지 마십시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기도하세요."라고 말했다.
에런라이크는 책에서 이러한 긍정적 사고가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고 지적한다. 낙천성이 물질적 성공의 열쇠이고 긍정적 사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덕목이라면, 실패한 사람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일자리를 잃었다면, 그건 성공을 믿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당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긍정적인 사고를 구명구라도 되는 듯 여기지만 이는 내려놓아야 할 짐에 불과하다"며 "긍정적인 '생각 통제' 노력은 잠재적으로 판단을 가로막고 지극히 중요한 정보로부터 사람들을 분리시킨다. 지금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긴장을 늦추는 게 더 위험하다는 점이다"고 조언한다. 304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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