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매각방안에 대한 결정을 또 다시 미뤘다. 신용카드, 자산관리(MW)부문 등 알짜로 평가 받는 사업부에 대한 부분매각에 대한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매각 불발에 따른 단계적 폐지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소비자금융(소매금융) 매각과 관련한 안건을 제외했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 7월 출구전략 방안을 확정 짓기로 했으나 8월로 한 달 연기한 바 있다.
소비자금융 매각방안이 두 차례 미뤄진 이유는 씨티은행과 인수의향사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서다. 지난 6월 씨티은행은 정식으로 금융사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고 실사를 거치며 매각조건을 협상해 왔다.
주로 논의된 방안은 신용카드, 자산관리(MW) 등 알짜사업부의 '부분매각'이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금융사들은 제출할 때부터 인건비 등의 부담으로 통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비쳐왔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8.4년으로 대형 시중은행보다 길다. 평균연봉이 1억2000만원인 직원을 모두 고용하며, 사업을 인수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부분매각을 추진하면서도, 매각 범위와 고용승계 유지 등의 인수조건을 두고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보다 신중한 결정을 위해 9월 이후 출구전략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며 "특히 직원 여러분의 진로와 관련해 현재까지 논의돼 온 대안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을 보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마지막 선택지인 단계적 폐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단계적 폐지는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 6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려했지만 아직 본사에서 승인이 나지 않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HSBC은행은 2012년 산업은행에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하려다 직원 고용 승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패하고, 2013년에 결국 청산 절차를 밟았다. 당시 HSBC의 경우 본점역할을 하는 서울지점을 제외한 모든 지점을 폐쇄하고, 소매금융 부문 전체 직원의 90% 이상을 명예퇴직 형식으로 정리하며 단계적 폐지를 추진했다. 씨티은행 또한 같은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씨티은행 노조는 '부분매각' 또는 '단계적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씨티그룹의 매각사례(총 1개 국가)를 보면 2016년 콜롬비아씨티 매각에 실패한 뒤 철수계획을 철회했다가 2년후 매각을 재진행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시간을 두고 안정적인 인수처를 찾아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씨티은행은 연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흑자 기업으로 소비자금융 매각·철수가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며 "씨티그룹의 성급한 전략에 맞춰 (매각·철수를) 결코 시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안정적인 인수처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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