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고점론'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21세기 뉴스만 검색해도 2001년부터 시작해서 짧게는 3~4년, 길어도 5년 내외로 꾸준히 제기됐다. 그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0배 가량 올랐고, 이제는 고점론도 곧 지나갈 해프닝 정도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상치 않다. 국내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경쟁사를 의식하며 위기감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반도체다. 미국이 직접 반도체 산업 재육성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리더십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메모리에서는 마이크론이, 파운드리에서는 인텔이 삼성전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하는 등 미국의 추격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반도체 굴기는 중국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다. 이미 미국이 반도체 장비와 소재 등 기초 분야에서 훨씬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어렵게 육성한 소부장 산업조차 맥을 못추고 도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명성을 되찾지는 못해도 여전히 전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본 반도체 산업 모델조차 따라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만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한다. 반도체 시장이 계속 성장할 예정이라며 낙관론도 적지 않지만,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다. 특히 메모리 시장은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킨게임으로 확산할 수 있다. 자칫 생존을 걱정해야할 수 있다.
사실 골든타임은 이미 놓친 것 같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메모리를 이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일찌감치 바이오와 시스템 반도체, 전장 등 여러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해왔지만, 중요한 시기마다 '사법 리스크'로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당장 이 부회장이 수감된 6개월만 봐도 손해가 막심하다.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지연하게된 것은 물론이고, 그 사이 전장 기업 NXP 몸값이 크게 뛰어 인수도 불가능해졌다고 알려졌다. 모더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위탁 생산 및 국내 공급도 이 부회장이 있었다면 더 빨랐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나온다.
그래도 삼성은 원망 대신 240조원을 꺼냈다. 정부 입맛에 맞게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 육성, 그리고 4만명 직고용 계획과 사회 공헌 확대까지 종합 선물 세트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격이다.
제한 시간은 3년이다. 삼성이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정부가 물심 양면으로 현지 대기업들을 돕고 있는 상황, 우리 정부도 이제는 내부 정치보다 나라를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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