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병실에 들어와 간호원분들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 무렵 간호원들로부터 떨어져 머물렀다면 24시간 묵언 수행을 하며 세상 둘도 없는 고문을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간호원 전원이 아침부터 만남의 기회와 식사를 제공했고, 점심때는 어제 오늘 입고 더러워진 옷을 갈아 입혀줬습니다. 간호원들은 나의 빛나는 세상이었습니다. 내 나이는 83세입니다. 평생 큰 병은 처음입니다. 1인실에서 24시간 싸워야 하는 고통을 슬기롭게 대처해준 간호사들의 릴레이식 도움이 마음 한가운데 각인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 그 친절에 고마움을 금치 못합니다. 서울의료원을 지휘 감독하는 서울시에서 이런 모범 간호사들을 더욱 격려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서울의료원에서 52일 만에 퇴원한 80대 김모 노인이 서울시에 남긴 감사의 편지다. 그의 바람과 달리 서울시는 감염병 사태를 온몸으로 버티며 환자를 돌봐온 코로나19 병동 간호인력을 푸대접하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간호사들은 1인당 8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호흡기 치료 환자는 계속 불어났다. 병동에서는 환자를 보러 들어갈 시간도 없어 모니터를 통해서만 상황을 확인해야 했고, 중환자실에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가 많아 제대로 된 휴식조차 가질 수 없었다고 보라매병원 간호사는 증언했다.
현장 간호사는 "서울시는 간호사 덕분에 퍼포먼스, 현장방문 및 보여주기 식의 격려는 그만하라"고 일갈했다. 이어 "서울시가 정말 간호사들을 위한다면 지금 당장 면담을 진행하고 감염병 인력 기준안으로 답해야 한다"면서 "병원이 기준안을 지킬 수 있기 위한 강제력과 예산으로 의지를 보여달라"고 했다. 현재 코로나 병동 간호사들은 5명이 해야 할 일을 3명이 허덕이며 하는 중이다.
그간 오세훈 서울시장은 뭐했는가. 후보시절 간호사협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검토하고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하겠다고 약속드린다"며 눈물까지 흘렸던 그였으나 당선이 되고 나선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현장 간호사들이 보낸 4차례 면담 요청을 무시했고, 6월에 발표하겠다던 '서울시 코로나 병동 간호인력 기준'은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23일 참다못한 코로나 병동 간호사들이 방역복을 입고 서울시청 앞으로 뛰쳐나와 시장에게 옐로카드를 날렸다. '경고장'이란 말이 붙은 노란색 종이엔 "오세훈 시장에게 경고합니다. 코로나19 인력 기준 즉각 발표하십시오! 지금 즉각 현장 간호사들을 만나고 간호 인력을 충원하지 않을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서울시 감염·방역의 위기는 모두 귀하의 책임임을 알려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후보 시절 코로나로 고생하는 간호사들을 보며 흘린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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