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철수할 때 가장 마지막으로 C-17 수송기에 오른 것은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 육군 소장이다. 미 중부사령부가 30일(현지시간) 공개한 한 장의 사진은 한국군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국방부는 이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완전히 철수 했음을 알리면서 C-17에 마지막으로 오른 도나휴 소장은 82공정사단장이라고 밝혔다. 깜깜한 밤 야시장비를 통해 찍힌 사진이지만, 도나휴 소장의 결연한 마음가짐은 확실히 전해졌다.
개인방호 장비와 소총, 야간투시장비까지 일개 전투원과 동등한 기본무장을 갖추고 부하들이 안전하게 탑승한 후 마지막에 오르는 모습이야 말로 전투에 잔뼈가 굵은 지휘관의 참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도나휴는 국방우수훈장, 훈공장, 동성훈장의 수훈자이자 파병경력만 10회가 넘는다.그는 1992년 미 육사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해, 시리아, 이라크, 북아프리카, 동유럽 등에서 작전 경험을 쌓았다.
도나휴의 모습은 1965년 11월 베트남 이아드랑 계곡 전투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헬기에 탑승했던 할 무어 중장(이아드랑 전투 당시 대대장)을 떠올리게 한다. 전장에 제일 먼저 발을 딛고 마지막으로 발을 떼는 미국 지휘관들의 모습은 솔선수범의 표상이다.
반면, 자주국방의 기치와 화려한 구호만은 드높은 한국군은 어떠한가. 고위직 지휘관들은 ▲챔피언 벨트를 연상시키는 번쩍이는 장군용 벨트와 장군화 ▲실전에서 효과적인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는 38구경 권총 ▲ 방호구성품을 빼거나 큼지막한 계급과 직책을 부착한 방탄복 등을 아직도 애용한다.
전장의 현실과 괴리감에 빠져 '옥쇄돌격'을 외치던 구 일본군 수뇌부들의 멋스런 복장과 별로 다를바 없다.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등을 거친 현대전은 전후방이 따로 없다. 장거리 타격과 정밀유도무기 등 지휘부의 목숨을 앗아갈 수단은 다양하다. 지휘관이 전술적 행동대신 멋을 부리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 기안서 꾸미기와 자력관리에 더 익숙해진 한국군 지휘관들은 도나휴의 모습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 삼각지와 계룡대의 책상머리에서 소설같은 그림을 그리는 한국군의 지휘관들이여. 그 몽상에서 깨어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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