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식 지음/한겨레출판사
8일 저녁 가족들과 쇼파에 참새처럼 나란히 앉아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시청했다. 처음엔 깔깔대고 웃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갈 때쯤 엄마, 아빠, 나, 동생 넷 다 꺽꺽대며 울었다. 고시원에 살던 20대 청년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을 출연자로 나온 유품 정리사가 들려줬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슬펐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전 세계 모든 가난한 나라가 꿈꾸는 부유한 국가가 됐는데도 국민 개개인을 찬찬히 뜯어 보면 행복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 '이상한 성공'은 빛나는 성취를 이뤘음에도 불행한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를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가난했던 나라는 지금도 가난하고, 부자였던 나라는 지금도 부자다. 그런데 한국만은 유일하게 가난을 탈출해 부자 나라가 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7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래 개도국이 선진국으로 바뀐 사례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하니 기적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믿을 수 없는 성공에도 한국인들은 항상 불안에 시달린다. 저자는 '사회가 없는 세상'을 불행의 원인으로 꼽으며, 마거릿 대처 집권 기간의 영국을 예시로 든다. 사람들이 문제의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처는 복지국가를 축소하고 국가의 힘을 이용해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려 했다. 그 결과 대처 정권 막바지엔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지니계수, 팔마비율)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사회가 없는 세상'을 만든 대처 이야기가 '성공의 함정'에 빠진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성공은 사회란 없고 개인이 각자의 안락한 삶을 위해 행동한 기적인 노력들이 모아진 결과로 보인다"면서 "한국이 사회적 연대를 통해 서로 돕는 일에 인색해진 이유는 공적 복지의 확대 없이 성장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고 불평등을 낮췄던 놀라운 성공의 경험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안타깝게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사회는 과거와 같은 경제 성장의 기적을 일으키기 어려워졌다. 저자는 "우리의 비극은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제 성공의 덫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좋은 일자리와 돌봄 역할 분담,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 조성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자"고 독자를 설득한다. 416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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