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0일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자부)의 페이스북에 익숙한 인물의 소개글이 올라왔다. 주인공은 미군 역사상 3번째로 최고령 군인이었던 그레이스 호퍼. 산자부는 그를 코딩의 여왕이라 칭했지만, 군사적으로 세계에 전례가 없는 예비군 여성 제독이다.
1906년생인 호퍼 준장은 컴퓨터 전문가로도 명성이 높다. 1943년 미 해군 예비역으로 등록을 하고 군에 복무하기 전, 그는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학자였고 미 해군 복무 후에는 컴퓨터 명령어인 코볼의 어머니, 세계최초 디버거 등으로 불렸다.
호퍼 준장은 미 해군 예비역에 등록할 당시 신체조건이 미달이었다. 최저체중인 54kg(120파운드)보다 6.8kg(15파운드)나 낮았다. 그럼에도 그는 대학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장 대신 미 해군 예비역장교를 택했다. 1944년 매사추세츠 해군예비역장교학교를 수료한 후 호퍼 준장은 미 해군 함정국에서 함포의 탄도 계산에 참여했다.
그런던 중 마흔이 넘은 나이에 컴퓨터를 접하게 됐고, 미 해군과 민간 연구기관이 함께 진행했던 여러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영어를 명령어로 입력하는 컴퓨터 언어를 최초로 창시한 호퍼 준장은 노병의 연속된 부활로도 유명하다.
호퍼 제독은 미군 인사규정에 따라 만 60세가 되전 1966년 중령으로 퇴역했다. 그렇지만, 그의 능력을 필요로 했던 미해군은 그를 1967년 이례적으로 복귀시켰고 1971년 다시 퇴역했다가 이듬해에는 대령으로 특별진급해 해군으로 복귀했다. 그는 1983년 미 하원의 추대로 해군준장으로 진급했다.
호퍼 제독은 80세 생일을 앞두던 1986년 미 해군에서 완전 은퇴했고, 1992년 세상을 떠나자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그렇지만, 이 노병의 이름은 아직도 미 해군에 살아있다. 여성 군인으로써는 이례적으로 이지스 전투함인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 DDG-70에 그의 이름이 붙여졌기 때문이다.
호퍼 준장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산자부보다 국방부가 해야 하지 않을까. 다가올 '인구 절벽'에서 군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호퍼 준장과 같은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예비역 간부'를 잘 활용하는 제도의 신설, 시민들에게 이를 이해시킬 수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군 당국은 예비역 간부를 잘 활용하려는 철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례로 군 당국은 '예비역'과 '퇴역'의 용어조차 구별해 사용하지 않는다. 세상을 떠난 군의 대선배들마저 전시동원 대상으로 보는 것일까. 부고를 알리는 보도자료는 언제나 '예비역'으로 호칭하고 있다.
예비역과 퇴역은 유사시 군으로 소집되냐 아니냐의 큰 차이가 있다. 예비역과 퇴역을 구분짓지 않겠다면, 퇴역 군인의 예비역 복무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육군은 평시복무예비군제도와 관련해, 반대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평시복무예비군제도는 만60세까지는 퇴역이 되더라도 안정적인 직위를 보장해 숙련된 간부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육군은 '퇴역자는 연간 180일 동안 복무하는 평시복무 및 15일간 복무하는 비상근복무에서 제외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코로나19로인해 2년 가까이 예비군 훈련 등이 중단됐다. 때문에 어느 때보다 예비전력 임무에 숙련된 인력자원이 절실해진 상황인데, 군 당국은 '청개구리' 마냥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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