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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안광복 지음/어크로스

 

필자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독서경시대회'라는 연례행사가 있었다. 시험 범위가 없으면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학교 선생님들은 독서경시대회 전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알려주면서 대회 참여를 독려했다. 가정통신문에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몽실 언니',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괭이부리말 아이들', '국가론' 같은 과학, 문학, 철학 분야의 책을 읽고 시험에 임할 것을 당부하는 말이 쓰여 있었다.

 

아쉽게도 대회에서 상을 받진 못했지만,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철학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필독서 목록에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가 끼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나온 문제 10개를 다 맞혔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런 재능이 있으면 나중에 철학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는데 거장들의 저작을 읽다가 착각이었단 걸 알게 됐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부터 라캉의 에크리,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까지 모두 10페이지도 읽지 못한 채 "현상체, 가상체, 형성자, 변형태, 현존재··· 웩!"하고 책을 덮었다.

 

틀에 박힌 사고를 깨는 건 재밌는 일이다. '철학이 어렵다'란 고정관념도 부술 수 있을까?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저자는 "철학을 알려면 철학만 바라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문제를 모르면 답도 못 찾는다는 것이다. 책은 철학 사상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서양 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40인의 삶을 들려준다. 철학자들이 왜 그런 고민을 했는지 캐묻고, 그들의 고뇌를 내 고민처럼 느끼고 아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철학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무엇'이 된다는 것이다.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철학은 삶을 지탱하는 무기였다. 책에 따르면 잔인하고 황량한 전쟁터에서 아우렐리우스는 끊임없이 이성을 일깨우고 마음의 고요를 찾는 철학자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인생은 투쟁이고 세계는 낯선 이를 위한 임시 수용소일 뿐이며, 죽음 뒤에 얻은 명성은 허무하다. 그런 우리에게 유일한 버팀목은 철학이다. 철학은 우리 자신 속에 거룩한 정신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고 가르치고 우리가 당하는 모든 일은 악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중략) 우주적 이성에 따라 일어나는 일은 결코 나쁜 일일 리 없다"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을 훈계하기 위해 쓴 '명상록'의 일부를 소개하며 저자는 "아우렐리우스의 삶은 철학적 반성을 거듭하는 성숙한 개인이 훌륭한 사회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아우렐리우스처럼 항상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자신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보자"고 독자에게 제안한다. 456쪽.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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