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 지음/황보석 옮김/열린책들
"소설을 왜 읽어야 하나요?"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거 참, 읽기 싫으면 읽지 마쇼"라고 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이 상태로 글을 마칠 순 없기에 이유를 몇 자 적어본다. 첫째,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떼돈을 벌 수 있다. 둘째,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중 '유리의 도시'에서 추리 소설가인 주인공 다니엘 퀸은 사설탐정 맥스 워크라는 제2의 자아를 만들어 낸다. 소설엔 "퀸은 자기가 벌거벗은 채로 잘못된 곳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 반면, 워크는 호전적이고 입심 좋고 어느 곳에서건 거리낌이 없었다. 퀸에게는 문제를 일으키는 종류의 일도 워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가득 찬 모험을 대수롭지 않게 헤쳐나가서 그의 창조자에게 감명을 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지금보다 36년 앞선 1985년에 부캐(부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한 것이다. 눈 밝은 독자가 이를 보고 부캐 관련 사업 콘텐츠를 떠올려 '싸이월드',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게더타운',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가 됐을 것이다.
'사람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된다'는 무슨 말일까. "빨리 전화를 받으려면 밑을 닦지 않고 일어나야 했는데 퀸은 움직이는 게 내키지 않았다. 전화는 그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이 아니어서 몇 번인가 없앨 생각까지 했었다. 제일 싫은 것은 전화가 부리는 횡포였다. 전화는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하던 일을 중단시킬 뿐 아니라 결국은 그 명령에 굴복하게 하는 힘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소설(유리의 도시)의 한 대목에서 우리는 폰포비아(전화울렁증)족의 심정을 헤아리게 된다. 읽지 말아야 할 이유보다 읽어야 할 이유가 더 많다면, 소설을 탐독해보도록 하자. 512쪽. 1만원.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