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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외교

[어수선하軍]떨어진 군기 어떻게 주워담을 것인가

문형철 기자 자화상. 예비역 육군소령으로 비상근복무 예비군과 군사문화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과도한 군기잡기는 장병들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군기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군기는 군인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군의 군기는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엎질러져 주워담기 힘든 상황처럼 온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추석을 앞둔 지난 16일 경의중앙선 일산역에서 패기 넘치는 육군 장병이 전철에 올랐다. 전투복 상의를 입지 않은 그의 가슴에는 'R.O.K.A(대한민국 육군의 약어)'가 새겨져 있었다. 기능성 의류인 반팔 이너웨어만 착용하고도 그는 당당했다. 전투복 하의에는 벨트도 없었다. 그에게 다가가 가방이 열려진 것을 알려주며 전투복 상의를 입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기자에게 씩 웃으며 "고마워요"라고 말했지만, 홍대입구역에서 기자가 전철을 내릴 때까지 전투복 상의를 입지않았다. 군인복제령과 군인생활행동강령을 위반하고도 너무나 당당한 모습은 이제 일상적인 한국군의 모습이 됐을지 모른다.

 

지난해 경기도 모처의 유명 제과점 겸 카페에서 상사계급이 달린 베레모를 엉덩이 뒷춤에 찔러넣고 디지털 위장무늬의 이너웨어 차림으로 부하인 여군과 담소를 나누는 부사관을 목격했다. 고위직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재작년 10월 경기 성남에서 열린 ADEX 행사 장에 길게 늘어선 입장행렬 속에서는 군모를 벗고 상의를 살짝 풀어헤친 영관급 고위장교들도 자주 목격됐다.

 

같은해 지상군 페스티벌이 열린 계룡 시내에서 노신사가 군모를 착용한 군인들을 붙잡으며 한 말이 떠올랐다. "퇴역 대령이오만, 계룡에 살면서 십수년 간 자네들처럼 복장규정을 지키는 간부들은 처음 보오."

 

한국군의 군기가 어쩌다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엉망이 되었을까. 사람이 많아 탈이 많다는 육군만의 문제도 아니다. 추석연휴간 해군 모부대에서는 이등병이 외출증도, 간부 사전승인도 없이 담배를 사러가겠다고 위병소를 나가다 저지당한 일이 있었다. 심각한 군기해이 현상이 전군에 퍼져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휴대전화를 허용하고, 두발을 길게 허용하는 등 지나친 규정완화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유럽의 징병제 국가 장병들이나 이스라엘 징집병, 모병제인 미군들이 더 엄정한 군기를 지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권리와 의무를 자율적으로 잘 실행하는 모습은 선진병영을 만들기 위해 꼭 배워야할 덕목이다. 그렇지만 한국군은 자율적 군기를 세우지 못 할 것이란 걱정이 앞선다. 오랜 악습이었던 구타와 얼차레 등에 길들여진 군대문화가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실, 야전의 지휘관들은 고민이 많다. 부하들의 자율과 권리는 보장하면서 기본적인 의무를 요구하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강력한 수술을 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군인들의 군기위반을 신고하고 포상을 받게하던가, 이도 아니면 군인 모두가 사복으로 출타하는 것이다. 군사경찰이 군기위반 단속도 하지 못하고, 민간법원은 군기위반자를 가볍게 처벌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엄정한 군기의 확립은 영원한 난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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