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의 권익강화와 병영문화 혁신 등 군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민관군 합동위원회(이하 합동위)'가 29일 병 계급체계를 4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국방부에 권고하자, 군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수의 간부들은 30일 본지에 '메뉴는 안 바꾸고 간판만 바꾸는 격', '백종원의 코칭이 아니라 먹방유튜버 코칭' 등의 반응을 보내왔다. 이들의 반응을 정리하면, 장병 권익보호와 처우개선, 강병육성의 목표보다 보여주는 허례허식에 빠진 초치라는 것이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강군육성을 위한 개정돼야...
익명의 부사관은 "군복무 기간이 육군 기준으로 18개월로 줄어들어 4계급 체계를 3계급체계로 줄여한다는 목소리는 군 내부에도 있었다"면서도 "합동위가 생각한 보여주기식 목소리는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이 부사관은 "미국·유럽, 일본처럼 강한 부사관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연계된 개선을 부사관단에서 원해왔다"면서 "분대장 직위를 수행하기 위해 분대장교육을 받은 자에 한해 병장으로 전역시키는 방안 등이 한 예"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병과 부사관을 합쳐 사병(士兵)이란 의미의 '인리스티드(Enlisted)'로 분류한다. 이 분류에는 훈련병(E1)~원사(E9)이 포함된다. 일부 계급은 직무에 따라 명칭과 계급장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이는 사병 신분이라도 능력에 따른 보상이 달라지고, 병사 신분에서 수평적 조직문화가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미육군의 경우 병 복무과정에서 우수한 인원은 NCO School(부사관 학교-한국군 분대장교육대)로 보내져 엄정한 교육을 받은 후 부사관급인 상병(Coporal·E4)이 되지만, NCO 과정을 수료하지 못하면 스페샬리스트(E4)로 통상 전역하게 된다. 한국전쟁 무렵의 한국 육군과 공군도 미군의 계급체계를 본떠 현재 상병에 해당하는 하사부터 부사관으로써의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병사 계급체계는 이등병-일등병-하사-이등중사-일등중사-이등상사-일등상사-특무상사(8계급은 현재와 동일)였다.
유럽의 상당수 국가와 일본 자위대는 미군보다 간략화된 병 계급체계를 가지고 있다. 일본 육상자위대의 경우 2010년 한국군의 이등병에 해당하는 3등육사 계급을 폐지했다.훈련에 해당되는 자위관후보생 계급을 제외하면 병 신분은 3계급 체계다. 이는 병 신분에서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부사관 신분으로 전환을 늘리기 위해, 신입자위대원을 적게 선발하는 방향으로 병력확보 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모병제 국가처럼 능력위주의 차등진급은 가혹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치열한 취업경쟁 속에서 '경력'에 목을 메는 청년들을 '애국페이'로 몰아 넣을 수 있는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폼나게 만들기는 쉬워도 근본을 바꾸기는 어려워
복수의 전문가들은 "병의 계급체계 변경은, 병의 권익보호 및 처우개선, 군의 전투력 강화를 모두 따져가며 장기간의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전문성이 약한 계층이 많이 포함된 합동위가 단시간에 성과내기식을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합동위가 병 계급체계 변경과 함께 권고한 '일(一)자'형 계급장의 개선도 군 안팎에서는 좋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996년과 2017년 군인복제령 개정을 통해 부사관의 계급장은 장교와 유사하게 변경됐지만, 부사관의 처우개선은 크게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역 부사관은 "하사관이 부사관으로 바뀌고 계급장의 모양도 변했지만, 수십 년간 문제의 본질은 바꾸지 못했다"면서 "1996년 이전의 계급장은 4줄의 병계급장 위에 한국전쟁 때부터 전통으로 내려온 쉐브론(V자 또는 역V자)이 올라갔다. 전통과 원숙미마저도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예비군 업무를 담당하는 익명의 군무원은 "제복에 대한 원칙과 가치를 지키지 못하는데 계급장만 바뀐다고 예우와 존경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병으로 전역한 예비군들이 무자격표지장과 기장, 또는 총천역색군복을 착용하는 군복에 대한 가치폄훼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위 측은 하사 이상 군 간부의 계급에 포한된 무궁화 문양(꽃받침)이 병 계급에 없는 것은 병을 충분히 예우하지 못한다 인식이 있다며 무궁화 문양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계급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한국군 계급장에 무궁화 문양이 추가된 배경은 1954년 5월에 제정된 위관장교의 계급이 순경과 비슷해 보인다는 군안팎의 의견이 나오면서부터다. 1975년 9월 장군계급을 시작으로 1980년 7월에는 위관 이상 장교계급으로 무궁화 문양의 계급장은 확대됐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