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우리 부동산을 주워담고 있다. 해외 갑부의 거창한 투자소식이 아니다. 대다수 내국인들과 수요가 겹치는 중소형 아파트, 소형상가, 소규모 토지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동산 급등과 맞물려서 외국인들의 부동산 취득도 최근 5년간 두배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대림동, 가리봉동을 넘어 서울 전역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무역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일들도 다수 적발되었다.
정부가 뒤늦게 외국인 부동산의 실거주 여부를 파악한다고 하지만 비거주, 투기용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국제적으로 공정성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출입국법 위반 등과 관련된 극히 일부 경우 외에 이미 취득한 자산에 대한 사후 조치는 사실상 어렵다.
한국 부동산 거래에 있어 국제법상 '상호주의'는 상반된 두가지 의미가 있다. 그 본질은 OECD 협약에 근거하여 내·외국인간 조세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내·외국인이 부동산 취득에 있어 동일한 국내법의 적용을 받을 때 가족관계, 금융거래, 자금출처 등이 거의 노출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크게 유리하다는 현실이다. 둘 중 어느 쪽이 침해되더라도 상호주의 위반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한쪽 방향만의 상호주의에 얽매여서 관련 법안을 만드는데 소극적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매수할 경우 20%의 취득세를 부과하고, 홍콩은 사실상 30%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캐나다는 기본 취득세 외에 비거주자 투기세를 최대 15%까지 추가로 받는다. 호주는 외국인 부동산 매입 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뉴질랜드는 심사와 별개로 신축 주택 이외의 주택 구입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토지의 영구취득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도 외국인은 특히 중국에서의 유학, 경제활동 등을 조건으로 주거용 건물 취득이 까다롭게 되어 있다. 국제관례가 다소 느슨하게 적용되는 필리핀 등은 아예 외국인 지분을 특정비율 이하로 강제하기도 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민의 부동산 주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사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를 제한하자는 법률은 국제협약상 내·외국인 조세차별문제를 고려하여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실사용, 실거주 등을 조건으로 매입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일은 결코 상호주의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 이는 차별도, 역차별도 아닌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국민에게는 토지거래 허가제 등을 통해 부동산 매입 용도를 엄격히 주시하는 마당에 외국인에게도 거주, 경제활동의 조건 등을 면밀히 따져서 투기세력을 걸러내야 공정하지 않을까.
또, 내국인에게 엄격한 대출규제를 적용하는데 반해, 외국인의 해외대출자금 유입은 막기 어렵더라도, 그에 준하는 자금 출처를 규명하는 제도는 필요하다. 투기 이익 환수를 위한 제도도 강화되어야 한다. 내국인의 가구당 주택수를 제한하면서, 외국인들의 가족관계는 파악이 어렵다. 그렇다면 외국인 사용목적과 실거주 인원수를 두루 따져서 매입주택규모에 따른 보유세와 양도세감면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내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외국자본의 국내투자는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 그러나 내 국토를 삶의 터전으로 여기는 우리 국민들과, 투자의 용도로만 생각하는 외국인에게는 부동산 투자의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부동산 시장에서 만큼은 투기세력을 걸러낸다면 외국인들의 국내 산업투자를 수반하여 경제의 한 축이 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엄격한 세금제도와 대출규제로 인해 서민들은 내집마련조차 힘겨운 현실이다. 집사지 말래서 안 샀던 자국민들이 해외의 집주인들에게 월세 내느라 허덕이는 사태가 오기 전에 적어도 공정한 경쟁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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