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지음/문학동네
친구의 시누이는 카페 사장님이다. 그는 코로나로 매출이 반토막나자 영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카카오톡 채널을 오픈하고 배달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하루는 카톡으로 이런 메시지가 왔다고 한다. '무화과 스콘이랑 카페라떼 위에 올라가는 크림 만드는 법 좀 자세히 알려주세요. 다른 요리 유튜브 채널 보고 따라 해봤는데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ㅎㅎ'라고. 이 카페 주인장은 지난 8년간 수백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개발해 낸 황금 레시피를 손님에게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업 기밀을 누설하지 않는다. 경쟁자가 늘어 파이가 줄어드는 일을 염려해서다. 그런데 자신의 창작 비기를 거리낌 없이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설가들이다. 정유정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김중혁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 곽재식의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등이 그 예다. 이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모든 사람이 소설을 쓰는 세상인 듯하다. 왜 소설가들은 더 많은 작가가 탄생하길 바라는 산파처럼 행동하는 걸까.
김연수 작가가 쓴 '소설가의 일'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 공식은 다음과 같다.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 + 그에게 없는 것) / 세상의 갖은 방해 = 생고생' 저자는 "자기에게 없는 것을 얻기 위해 투쟁할 때마다 이야기는 발생한다. 더 많은 걸, 더 대단한 걸 원하면 더 엄청난 방해물을 만날 것이고, 생고생하는 이야기는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그러니 나는 당연하게도 모든 사람들이 최상의 자신이 되기 위해서 원하고 또 원하는 세계를 꿈꾼다. 인간은 누구나 최대한의 자신을 꿈꿔야만 한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보다 중요한 건 주인공(=나)이 얼마나 대단한 걸 원했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얼마만큼 생생하게 느꼈으며 무엇을 배웠느냐는 것이다. 읽는 사람(독자)이 쓰는 사람(작가)이 되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 264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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