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가 가장 먼저 재조합 백신의 임상 3상에 진입했고, 제약사와 바이오벤처들가 자체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국산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도 나섰다. 다만,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내년 상반기 상용화 목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관 협업으로 속도 높인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재조합 백신) ▲셀리드(바이러스벡터 백신) ▲진원생명과학(DNA 백신) ▲제넥신(DNA 백신) ▲유바이오로직스(재조합 백신) ▲큐라티스(RNA 백신) ▲HK이노엔(재조합 백신) ▲아이진(RAN 백신) 등 8개 업체의 코로나19 백신 9개 후보물질이 임상을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임상 3상에 진입한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8월 말 국내 처음으로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들어진 합성항원 백신 'GBP510'의 임상3상 첫 피험자 투여를 개시했다. 국내 14개 기관과 유럽, 동남아 등 해외 기관에서 만 18세 이상의 국내외 성인 4000여명을 대상으로 하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사측은 내년 1분기 중으로 임상 3상 중간 분석 결과를 도출하고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정부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이 내년 상반기 사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도 최근 식약처에 유코백-19의 임상 3상을 신청했다. 이번 임상 3상은 건강한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유코백-19를 2회 접종한 후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9월 17일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2상 임상참여자에게 투약을 완료했으며, 임상 2상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큐라티스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셀리드 등의 백신 개발은 임상 1·2상에 머물고 있다.
민관 협업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와 한미약품, 에스티팜, GC녹십자 등 3개 기업이 주축이 되고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지원하는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컨소시엄'이 출범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민 접종 가능한 국산 mRNA 백신을 생산해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전 국민이 1인당 2회 접종 가능한 1억 도즈 분량(50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국내 바이오벤처인 큐라티스·아이진·진원생명과학과 백신 생산업체인 보령바이오파마 역시 국산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번 컨소시엄은 국내 바이오벤처가 주축이 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두 컨소시엄은 지난 달 말 업무협력을 맺고, K-백신 개발 협업을 약속한 바 있다.
◆치밀한 전략과 아낌없는 투자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내년 한해에만 치료제·백신 개발 부문에 총 321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국산 백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임상 3상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치료제·백신 임상시험을 위해 2020∼2022년 3년간 총 4127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또 2상 중간 결과와 3상 시험 계획(IND) 승인을 받은 백신에 대해서는 개발 완료 전이라도 면역원성, 안전성 등을 평가해 선구매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백신 자급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백신 원료는 물론 원료 배합 비율, 원료 제조 기술, 백신 개발 기술 등 여러 종류의 특허가 얽혀있는 탓이다. 업계는 백신 국산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컨트롤타워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전반을 이끌 수 있는 대기업이 중심이 되겠지만 각 요소에 맞는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들이 유기적이고 신속하게 협업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백신 제조 기술 등의 특허 역시 기업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허들(장애물)인 만큼 더욱 전략적인 민관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을 통한 안전망 구축도 꼭 필요한 요소다. mRNA의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 벤처, 모더나의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액이 60억달러(약 6조79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모더나 기업 가치가 155조원에 달한다"며 "신약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임상 개발비 지원은 물론 투자에 대한 손실 보전, 신속한 선구매 계약 등을 통해 끝까지 책임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기업들이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전략적 접근과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내년 안에 K-백신을 맞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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