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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상생인가

김재웅 기자

"재수없게 콜을 잘못 눌렀네" 30분 가까이를 기다려 어렵게 잡은 택시 기사는 차에 타는 내게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했다.

 

택시가 다시 갑이 됐다. 코로나 직전에는 타다 등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집에 가려면 택시에 웃돈을 주거나 무릎을 꿇고 빌어서라도 얻어 타거나,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택시만 남으니 플랫폼 업체들도 택시에 더 잘보이기 경쟁이다. 카카오가 시장을 독점한다는 이유로 정부에 두들겨 맞기 시작했고, 경쟁 업체들이 이 기회에 싼 수수료를 내걸고 택시 유치에 돌입했다.

 

소비자는 갑을도 아닌 병인 셈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욕을 먹고도 어쩔 수 없었다. 집까지 잘 데려다주기만 해도 감사할 따름, 괜히 말다툼이 나서 택시를 탈 수 없는 곳에 내려졌다가는 집에도 못들어가겠다 싶었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니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상생' 밖에 없었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 위기 속에서도 상생을 이유로 여러 신사업들을 규제했다. 특히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택시 생존권을 이유로 모든 사업자를 '때려잡는' 수준으로 대응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10시 이후 대중교통도 축소 운행하면서 택시만 이익을 봤다.

 

택시뿐이랴. 유통과 여행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상생'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만 고생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이 규제에 겁을 먹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지 못하면서 소비자가 불편을 떠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배달비나 포장비 등 이상한 비용도 훨씬 늘었다. 코로나19로 중요성이 더 높아진 원격 의료도 그렇다. 정부가 의약계 눈치보고 도입을 미루는 사이, 적지 않은 환자들이 치료를 못받고 병을 키울 수 밖에 없었다.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플랫폼 업체는 물론, 타다 드라이버 등 직원들까지 생존을 걱정해야한다. 자영업자들은 플랫폼 업체에 라이더 눈치까지 보면서 밤낮 일하면서도 수익은 이전보다 많지 않다는 전언이다. '규제 샌드박스 1호'였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 규제가 지속되면서 분신자살 선언을 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그래도 오징어게임이 그렇듯, 승자는 있을테다. 정책 실패를 상생 노력으로 덮을 수 있는, 택시 등 새로운 갑에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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