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CJ대한통운의 김포 장기대리점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때문이라고 한다.
9월 초에는 한 택배노조원이 택배분류장(터미널)에서 컨베이어 작업대 위를 날아 맞은 편에 있던 비노조원을 발로 차는 CCTV 장면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9월 말에는 공익제보라는 이름으로 던킨도너츠가 위생관리를 엉망으로 한다며 도넛 제조공정에 이물질이 들어가 있는 장면이 공중파에 공개됐다. 그러나 회사 측은 민주노총이 노사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물질을 넣은 뒤 이를 촬영해 제보한 것이라고 주장해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들을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일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불미스러운 일들이 누적되면 개인 탓으로만 돌리는 게 과연 맞는가 싶다.
국민적 공감대와 멀어지는 행위는 조직적으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20일 전 조합원의 참여를 목표로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전국 동시다발로 개최할 예정이다. 명분은 ▲비정규직 철폐 및 노동법 전면 개정 ▲코로나19 재난시기 해고금지 등 일자리 국가 보장 ▲국방예산 삭감 및 주택·의료·교육·돌봄 공공성 강화 등 3가지다.
1987년 민주화의 붐을 타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대폭 신장된 이후 노동운동 조직에서는 사회 참여를 놓고 치열한 사상투쟁을 벌인 적이 있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단체여서 노사간의 문제만 다뤄야 한다는 주장과, 노사 갈등을 야기하는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공방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 논쟁에서도 강성파가 승리해 노조의 사회진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문제는 그 동안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노조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30여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자본가·재벌·기득권=노동자들의 적'이란 이분법이 통용됐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자·프롤렐타리아가 무조건 약자도 아니다. 일부 노조원들은 연봉 1억원을 넘게 받으며 귀족노조란 비난을 받을 정도로 기득권 세력이 됐다. 반면, 그들이 투쟁 대상으로 삼는 일부 사장님들은 월 200만원도 못 버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노동자가 약자이고 권리를 빼앗긴 입장이며, 사용자들은 강자이고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시각으로만 접근한다. 여기에서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대기업 브랜드지만 개별 매장은 그저 동네 빵집이다. 홈플러스에 근무하는 가정주부들은 민주노총이 생각하는 노조원들이 아니다. 노조에 가입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없다.
노조가 사회 문제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했으면 무엇보다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노총은 대의명분은 커녕, 오히려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서조차 비판을 받고 있다. 친노조·친민주노총을 천명했던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이런 막무가내식의 투쟁이 지속된다면 민주노총은 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이 서서히 고립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민주노총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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