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의 에어쇼이자 방위산업전시회인 '서울 ADEX 2021' 현장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한국군은 '기본'과 '준법'이 매우 떨어지는 군대라는 점이다. 기본이 서지 않고 법을 지키지 않는 군대가 전장에서 뛰고 날며 적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4차산업 혁명시대에 맞춰 과학기술 선진국 대한민국의 기상에 맞게 군도 병력중심에서 과학화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지만, 과학을 연구하고 이용하는 사람이 '기본'을 갖추지 않았다면 과학은 재앙으로 변할 것이다.
과학을 주도하는 사람은 과학의 산물인 기계와 달리 스스로 올바름을 구분하는 도덕적인 존재다. 한국군에서는 이러한 사람의 강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시시한 이야기 일지 모르겠으나 군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군인복제령에 따라 규정에 맞는 단정한 복장을 해야한다. 엄정한 계급에 따라 말과 행동에도 조심해야 한다.
별것 아닌 이야기지만, 군인으로써 지켜야 할 법령이다. 혹자는 '날씨가 더우면 모자도 벗고 옷깃도 풀어헤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법령으로 정해지지 않은 사복은 개인의 편의와 개성에 따라 그렇게 입어도 된다.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복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격'이 담긴 '공적 의관'이다. ADEX 행사장에서 관람객 출입절차를 진행하던 공군 군사경찰 간부부터 써야할 군모를 벗고 있었다. 공군 제복을 입은 다른군인은 약장은 부착했음에도 계급장을 부착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알아서 뭐하시게요"라는 말뿐이었다. 육군의 전시관에서 가상체험장비를 운영하던 남자들은 머리가 길었다. 군복에는 이름도 계급도 소속도 없었다. 민간인이 행사지원 차 군복을 입었으리라 생각됐다. 그런데 잘 차려 입기라도 했으면 모를까 전투화 끈은 삐죽삐죽 튀어나왔고 그 차림새가 어설펐다. 단정히 군복을 차려 입고 행사장을 지나던 외국군 무관들의 눈에 이런 풍경은 어떻게 보여졌을까.
군모를 쓰지 않은 군인이 쓴 군인의 배에 가까이 많은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방산전시회에서 과학의 뒤에 사라진 군인의 도덕을 봤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공군기지 내 활주로란 점을 감안하면, 조종사나 정비관련 군인들이 군모를 쓰지 않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군모가 항공기의 주요 부위에 빨려 들어가면 사고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민간인들과 우루루 뒤섞여 백팩을 울러맨 정복차림에 맨머리를 휘날리며 셔틀버스를 타겠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위급한 상황에서 과학화된 장비를 도덕적 관점에서 침착히 사용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다. 별것 아닌 제복일지 모르겠지만, 한국군은 이미 제복과 함께 무너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복이 경박스러우면 생각과 말도 바뀌나 보다. 장교와 부사관은 서로 간에 존대를 해야한다. ADEX에서는 상호 간의 반말이 예사롭지 않게 나오더라. 야전에서 임무수행 중인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무너져 간지 오래라고 한다.
장교는 부사관의 관록에 존중을 표한다는 의미로 계급고하 나이를 떠나 존대를 하는 것이다. 부사관은 군의 척추로 장교가 표하는 존경을 존경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군계급의 권위가 산다. 사람이, 군인이 바로 서지않은 군대에게 첨단무기는 '돼지목에 진주일 뿐'이다. 무기가 흉기가 되지 않기위해 기본적인 예부터 챙기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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