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1·2
정재승, 진중권 지음/웅진지식하우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전 고막이 '지겹다'며 짜증을 낼 정도로 많이 듣던 노래가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니. 모차르트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환생한 것이나 다름없군. 이 예술 작품이 왜 빌보드 차트에 들어가 있지 않은 거지? 아티스트가 미국이나 영국 태생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환대받았을 텐데.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천추의 한이로다"라고 할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노래가 다른 외국 작곡가의 음악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오, 이 싱어송라이터 천재 아니야? 정말 대단한데?'라고 생각했던 작품들 대부분이 표절 시비에 휘말려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받았다.
아티스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중이 무지해 샘플링의 개념을 모르고 표절이라 떠드는 것이다"는 창작가(?)가 있었고, 원작자에게 거금을 주고 공동작곡가로 이름을 올린 '선 표절, 후 수습' 사례도 나왔다. "양심에 손을 얹고 표절한 적은 없으나 예전에 잠시 스쳐 지나가며 들었던 작품의 영향을 받았을 순 있겠다"는 모순적인 발언을 쏟아낸 이도 있었다.
표절 논란은 음악뿐만 문학 작품에서부터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논문, 예능, 상표권, 영화, 심지어는 아이스크림 제품까지 전 분야를 막론하고 벌어진다. '창작'이란 단어의 뜻이 '들키기 전의 상태'였던가.
미학자와 과학자가 '스타벅스', '구글', '20세기 소년', '개그콘서트', '위키피디아' 등 문화현상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묶은 책 '크로스'에서 진중권 작가가 정의한 창작의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모던 예술가들의 입을 빌려 "새로움은 요소가 아니라 배치에 있다"고 말한다. 진 작가는 "인터넷에 들어가 보라. 당신이 쓰고 싶은 글은 이미 누군가 써놓았다. 당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은 이미 누군가 그려놓았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거기에 물 한 바가지 더 들이붓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창작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각 342쪽·391쪽. 각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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