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지음/모로
2019년 말 카카오톡으로 자살 방법을 논의하던 20대 청년들이 '자살방조 미수'로 법정에 섰다. 사건 기록을 받아든 판사는 덜컥 겁이 났다. 그들이 다시 자살을 시도할 이유는 차고 넘쳤고, 전환점이 없다면 위험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는 일 말고는 잘하는 게 없는 형사재판장이라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청년들을 살리는 작은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생각했다. "생의 기로에 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은, 그저 그에게 눈길을 주고 귀 기울여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판사는 판결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법정에 선 어린 피고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구속, 유죄, 선고, 징역, 재판, 형량··· 형사법정에 올라온 사건을 정리하는 무심한 말들 뒤, 세상의 바깥에 존재하는 뭉개지고 흐려진 얼굴들에 대한 이야기. 384쪽. 1만7000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지음/서해문집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에서 '사람의 가치'는 그가 가진 '노동의 가치'로 매겨진다. 값비싼 노동자는 촉망받는 인재로, 각광받는 결혼 상대자로, 존경받는 부모로 삶을 살아가기 쉽다. 반면 노동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임금 노동자는 최소한의 권리와 존엄조차 누리지 못할 때가 많다. 책은 들어갈 자격(공채 정규직)과 일할 자격(숙련된 비정규직)의 다툼에 숨은 차별의 구조를 묻는다. 내가 하는 노동이 다른 이의 노동과 같을 때 적용돼야 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왜 작동하지 않는지 묻는다. 쿠팡과 타다 같은 신산업의 총아들이 뽐내는 '혁신'이 '약탈'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묻는다. 기술이 일자리를 잠식하며 숙련공들을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 때 공동체가 지녀야 할 태도와 처신에 관해 묻는다. 왜 일터에서 날마다 명복을 빌어야 하는지 묻는다. 그 죽음들을 멈추기 위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의 공과를 묻는다. 플랫폼 노동부터 중대재해처벌법까지 21세기 일터의 의미를 9가지 질문으로 엮어낸 '밀레니얼 한국의 노동여지도'. 312쪽. 1만5000원.
◆누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
문우진 지음/후마니타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을 둘러싼 논란과 공방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뒤덮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피로감과 부정적 이미지가 차곡차곡 쌓여 나가고, 민주주의에 대한 원칙과 믿음도 소멸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누가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 걸까. 민주주의는 다수 지배와 소수 보호라는 서로 상충하는 원리에 기반해 작동한다. 다수가 소수를 지배하면 소수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반면, 소수가 다수를 전적으로 견제할 수 있으면 다수 입장을 효율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다수 지배와 소수 보호, 둘 중 어떤 것을 얼마나 더 반영하는 제도가 바람직한 것인가. 책은 대의 민주주의와 정치제도의 작동 원리에 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국민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제도를 모색한다. 320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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