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진심으로 장병의 안전과 전투력 향상에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군 당국이 공식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홍보하는 사진과 영상들을 보면 '홍보라는 수단과 지향해야 할 목표가 뒤바뀐 것 같다'는 비판을 받는다. 장병의 안전을 위해 지급돼야 할 기본적인 무릎보호대가 엉망인데 여과없이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은 한국군 최대의 신병 양성기관인 '육군훈련소(논산)'의 창립 70주년이었다. 육군훈련소 교관 및 조교, 훈련병 모두 신성한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피땀흘리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국방일보와 SNS 등을 통해 공개한 사진에는 훈련병의 무릎보호대 패드가 뒤집혀 있었다. 한 두명이 아니라 사진에 등장한 모든 훈련병이 뒤집힌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과거에 공개된 관련 사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무릎보호대가 보급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하면 큰 발전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5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 세계 6위의 종합군사력을 갖춘 나라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만든다.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의 무릎보호대는 미국 크라이 프리시젼(Crye Precision)사의 삽입형 무릎보호대를 외부장착용으로 만들었다. 더욱이 무릎패드는 무릎관절과 주변근육의 모양을 생각한다면, 위부분은 좁고 아래가 넓은 사다리꼴 형태여야 한다. 그렇지만 육군훈련소 신병들의 패드는 위아래가 뒤집혀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 보급품이 설계되는 지에 대한 이해 없이 외국군의 보급품이나 해외제품을 무단 복제해온 군 당국의 관행을 볼 때, 최저가 입찰로 대충 구색만 맞추려 한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마저 든다.
이 문제를 몇몇 군인들에게 알려줘도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육군이 전투원의 생존력과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 중인 '워리어플랫폼' 사업의 일환으로 훈련병들에게 우선적으로 보급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보급품이 아니라면 사업의 신뢰도는 분명 추락할 수밖에 없다.
사실, 워리어플랫폼에 대한 우려는 사업초기부터 제기됐다.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설명하던 육군 관계자들은 '과거의 실수를 잊어달라', '이번에는 다르다 좋은 장비를 지급할 것이다' 등의 의지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릎보호대처럼 간단한 보호장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파편과 총탄으로부터 장병들의 생명을 지켜줄 방탄복도 야전에서 오랫 동안 문제가 제기됐지만, 군 당국은 '군초(軍草)'들의 이야기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2014년부터 보급이 본격화된 '다목적 방탄복'은 소총 견착사격이 어렵고 엎드려 쏴 자세에서는 방탄복 목가리개 후면이 방탄헬멜 후면을 밀어내 사수의 시야를 가려버린다. 그렇다 보니 방탄복 목가리개를 제거하거나, 아예 방탄복 어깨를 끈으로 묶어서 훈련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실전이라면 전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해결 없이, '1형 방탄복'이란 이름으로 워리어플랫폼 보급 항목에 포함됐고 향후 확대 보급될 예정이다. 일부 국회의원실에서 기자에게 이런 문제의 자문을 얻었지만, 국정감사에서는 등장하지도 않았다. 여야 모두 '워리어플랫폼 사업이 예정대로 완료 돼야 합니다'란 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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