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회 국방위 소속 김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예비군이 180일 간 복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병역법 및 예비군법 2개 법안의 개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계정 법안의 취지는 상비병력의 부족을 대체하기 위해 숙련된 예비군을 장기간 복무시켜 보완하자는 것이다.
일명 '투잡 예비군법'이라 불리는 개정 법안에 대해 당초 연간 15일을 자원해서 복무하는 '비상근복무 간부예비군'들은 '예비군의 복무안정성'과 '위상강화'를 기대하면 환영했지만, 개정안 통과 후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숙련 예비군 모집될지 의문, 병장 오고 소령은 나가라
하사 이상 소령 이하의 계급으로 구성된 비상근복무 간부예비군들이 투잡 예비군법에 대해 차갑게 반응하는 이유는 예비군 숙련성 저하 우려 때문이다.
2022년부터 병장 전역자가 180일을 복무하는 '평시복무 예비군(육군은 장기 비상근 예비군으로 명명)'에 편성되면서 고도의 숙련성을 가진 소·중령 예비군들 상당 수가 비상근복무 선발에서 제외됐다.
당초 투잡 예비군법을 대표 발의한 김병주 의원은 고도의 숙련성을 가진 예비군을 계급·나이정년과 상관 없이 만60세까지 평시복무 예비군으로 편성하자고 개정안을 내놓았다,
나이정년에 따라 예비군 소집의무가 없는 '퇴역간부(병 및 대체역은 면역)'라도 본인이 희망하면 민간에서 쌓은 전문기술과 군에서 체득한 숙련도를 예비군 복무를 통해 공헌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다양한 예비군 복무제도를 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 퇴역자를 예비역 또는 현역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군 내부애서 교육할 수 없는 민간의 지식과 기술을 군에 숙련된 간부를 통해 쉽게 흡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코딩의 여왕'으로 불리던 미 해군 준장 그레이스 호퍼의 재임용이다.
호퍼 제독은 미군 인사규정에 따라 만 60세가 되전 1966년 중령으로 퇴역했다. 그렇지만, 그의 능력을 필요로 했던 미 해군은 그를 1967년 이례적으로 복귀시켰고 1971년 다시 퇴역했다가 이듬해에는 대령으로 특별진급해 해군으로 복귀했다. 그는 1983년 미 하원의 추대로 해군준장으로 진급했다. 호퍼 제독은 80세 생일을 앞두던 1986년 미 해군에서 완전 은퇴했다.
이런 사례는 미국만이 아니다. 예비군 복무가 의무가 아닌 모병제 국가인 일본 자위대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자위대의 경우 나이정년을 보면 위관은 만54세, 좌(령)관급은 만 56세다.
현역에서 즉응자위관(한국군의 비상근복무와 유사)으로 전환한 예비자위관들을 현역시절 병과에 한정짓지 않고 전역 후 쌓은 경력을 반영해 통역을 비롯한 다양한 직무에 활용하고 있다. 몰론 진급도 한국과 달리 1계급 한정이 아니라 상위계급 진출도 열려 있다.
투잡 예비군법의 개정 원안에 포함됐던 정년 60세와 퇴역자의 예비역 복무가 빠지게 된 것은 지난 9월 9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던 제391회 국방소위제1차에서 개정원안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날 국방위원회회의록(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는 "병역의무가 완전히 종료한 퇴역군인에게 새로운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고 사실상 정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고 있어 퇴역군인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고 기록돼 있다.
◆비상근복무 간부예비군, "현실모르는 답답한 개정안"
동원전력사령부 예하의 동원전력지원단과 동원사단에서 비상근복무 간부예비군으로 복무하는 다수의 예비군들은 '현실을 모르는 정치인들의 답답한 개정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00동원지원단에서 복무 중인 A 예비역 소령은 메트로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평시복무 예비군 제도로 가기위한 제도라고 소개받아 연간 30일을 복무하는 '확장형 비상근 복무'를 신청했다"면서 "2년 간의 코로나19 여파로 부대 소집은 단 하루였는데 편제 보직이 없어져 내년도 비상근복무 선발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재선발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부대 관계자들은 선발이 어려울 것이라며 180일 복무하는 평시복무 예비군에 지원하는 것을 권유받았다"면서 "일반 직장인이 180일까지 근무할 법적 뒷받침이 없는데 가능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XX동원사단 소속의 B 예비역 소령은 "평일 10만원 휴일 15만원의 급여가 크다면 크고 작으면 작을 수 있지만, 소규모 업장에서도 지원하는 '4대보험'도 없이 5년에 한정해 연간 180일을 복무하라는 것은 '노동력 착취'일 뿐"이라며 "육군을 비롯한 각군은 비상근제도의 홍보와 덩치불리기에 급급해, 소령과 중령직위까지 만들어 놓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토사구팽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수령을 받는 다수의 예비역 소령들도 '전혀 매력없는 근무조건'이란 반응을 보였다.
현역 시절 동원 실무자 경험이 있는 또 다른 동원사단의 C 예비역 소령과 D 예비역 대위는 "행정계원이나 특기병의 뛰어난 실무를 재활용 한다는 취지에서 병장 전역자를 평시복무 예비군으로 선발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동원부대에서 필요로 하는 고도의 기안능력과 일반 예비군의 통솔은 예비역 간부들도 힘이 드는데 병장 전역자가 쉽게 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비상근복무 간부예비군들은 동원훈련 준비와 관련 부대관리뿐 아니라 지휘자와 교관 임무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인한 훈련부족과 동원 및 예비군훈련 부재 등으로 18개월 복무후 전역한 병장보다, 예비군의 퇴역정년을 한시적으로 연장해 기존 숙련 비상근복무 간부예비군을 더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의 육군 관계자는 "비상근복무를 비롯한 예비군 복무 선발에 새로운 기회 확대로 이해해 달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했던 국방예산 대비 1%의 예비전력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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