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아파트를 청약 한 곳에서 날라온 예비당첨 소식이었다. 예비 순번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불안이 엄습해 왔다. 계약금 때문이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부동산 카페에 글을 올리니 '신용대출을 받아라', '영혼까지 팔아서 계약금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눈앞이 깜깜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까지 낮춘지 오래. 연봉만큼 대출을 받아도 계약금을 마련하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16일부터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을 완화해 미혼인 1인가구와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까지도 당첨기회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무조건 기혼자여야 가능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녀가 없어도 특별공급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렇게 당첨이 되더라도 '그림의 떡'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
계약금은 통상 주택가격의 10%를 낸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928만원으로 24평(84㎡)아파트는 4억3000만원이다. 서울은 7억2855만원이다. 즉, 계약금으로 4300~7300만원의 자금이 우선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반 근로자에게 그렇게 큰 금액이 신용대출로 나올리가 없다. 심지어 가계부채가 치솟자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고 있다. 연소득의 1.5~2배였던 한도는 연봉수준으로 줄어든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월 평균소득은 352.7만원으로 연봉으로 따지면 4232만원이다. 근로자의 80%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로 비춰봤을때 대기업에서 월급 510만원, 연봉7500만원을 받고 있는 20%를 제외하고는 연봉만큼 대출을 받아 계약금에 쏟아부어도 내집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인가구, 딩크족을 대상으로 특별공급 범위를 확대했다면, 이들이 실제로 소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현금 부자,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실거주자를 위한 진짜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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