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지음/김병욱 옮김/여름언덕

 

반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적당히 친한 지인이 하나 있다. 그는 항상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자식 사진을 보여주고는 "너무 예쁘지 않냐?"고 자랑하곤 했다. "애가 그렇게 좋으면 하나 더 낳아서 기르지 그러냐"라고 했더니 예상외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둘째가 생기면 첫째한테 쏟았던 애정과 관심이 절반으로 쪼개질 텐데 그러면 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가인 피에르 바야르가 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에서 바야르는 로베르트 무질의 소설 '특성 없는 남자'에 등장하는 사서가 어떻게 황실도서관의 장서 350만권을 모두 알게 됐는지 말해준다. 대속(代贖)의 사상을 찾기 위해 황실도서관에 온 애국운동단체의 책임자 스툼 장군에게 사서는 "제가 어떻게 이 많은 책들을 모두 알 수 있는지 궁금하지요? 장군님께 말씀드리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책도 읽지 않기 때문이랍니다!"고 고백한다.

 

놀랍게도 사서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음으로써 모든 책을 알게 되는 기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인간의 생은 유한하기에 도서관에 있는 책을 전부 완독할 순 없다. 사람이 하루에 읽을 수 있는 책은 많아 봐야 3권이다. 100세 시대가 열렸다 한들 한 인간이 평생 완독 가능한 책의 수는 기껏 해봐야 10만9500권(3권x365일x100년) 밖에 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책이 황실도서관에 있다고 가정하면 누군가 책 읽기에 일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남은 약 339만권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모든 책을 사랑한 사서는 한 권에 관심을 갖게 돼 다른 책들에 소홀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는 카탈로그로 책의 제목과 목차를 읽는 것 외에 다른 내용에 눈길을 주지 않기로 결심한다.

 

바야르는 "책 속으로 코를 들이미는 자는 교양에는 물론이요 심지어는 독서에도 틀려먹은 사람"이라며 "존재하는 책들의 수를 고려할 때 우리는 사서처럼 총체적 시각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책들을 하나씩 읽어나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전체를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통독은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에너지 낭비"라고 주장한다. 책의 개별성을 넘어 그 책이 다른 책들과 맺는 관계에 관심을 두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237쪽. 1만2000원.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