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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기호학 입문 의미와 맥락

숀 홀 지음/김진실 옮김/비즈앤비즈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친구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바티칸 박물관을 둘러보다가 전시된 그림에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손가락을 세 개 편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식당에서 "몇 명이에요?", "세 명이요" 할 때 그 손 모양이었다.

 

박물관에 걸린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작품에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 무덤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이 묘사됐다. 처음 그림을 봤을 땐 '내 뒤에 3명이 더 있으니 구해달라'는 의미인가, 아니면 '내가 3일 만에 돌아온다고 했지?'라는 뜻인가 긴가민가했다. 투어를 마친 뒤 관광버스로 돌아가 가이드에게 물어봤더니 손가락 세 개가 성부, 성자, 성령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하! 이래서 조상님들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남겼구나.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기호학을 꼭 한번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기호학 입문 의미와 맥락'을 발견해 읽게 됐다.

 

책은 '기표와 기의', '동질성과 이질성', '내포와 외연', '성격과 페르소나' 등 기호학의 기본 개념 75개를 사물과 이미지 그리고 텍스트로 풀어낸다. 저자는 특정 사회의 맥락 안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기호의 특성을 짚으며 기계론적이고 물질주의적인 사회에 사는 서구인들이 이에 대한 은유를 자주 사용한다고 이야기한다. 서구인들은 건강과 같은 구체적인 주제를 말할 때 '에이즈와의 전쟁'이라든가 '암 투병'이라는 기계론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머리를 쓴다', '시간을 낭비한다'처럼 특정 대상을 돈과 같은 물질인 것처럼 다룬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호는 각기 다른 사회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다"며 "따라서 기호가 읽히고 이해되기 위해선 특정한 맥락에 기대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윌리엄 왕의 잉글랜드 정복기를 기록한 베이유 벽걸이에 그려진 이미지를 제시하며 왼쪽과 오른쪽, 둘 중 어느 방향으로 읽는 게 옳은지를 묻는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사람들이 사물을 좌에서 우로 읽는 관습이 있으므로 읽는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가 맞다. 저자는 "서구 사회의 세제 광고는 더러운 옷을 왼쪽에 두고 깨끗한 옷은 오른쪽에 둔다. 이런 순서로 이미지를 배치하면 읽는 사람은 세제가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지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중동 사람들은 이 광고를 거꾸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들은 세제가 눈처럼 흰옷을 더럽힌다고 여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미지를 읽는 방향조차 문화와 맥락의 영향을 받는다는 놀라운 사실!!! 맥락에 대한 학문, 기호학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176쪽.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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