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장난감 조준경도 불법?
국가의 안전이라는 법익을 위해 존재해야 할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과 시민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나아가 산업마저 황폐화시키고 있다.
◆경찰, 훈련중인 군인 강압적 수사… 더미 조준경이 뭐길래
16일 본지에 지방경찰청의 수사관들이 '더미 조준경'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군인들에게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에 따르면 영남지역 지방경찰청 소속 일부 수사관들이 전술훈련 연구목적으로 완구에 가까운 더미 조준경을 구매한 현역 군간부들을 피의자로 몰은 것이다. 이들이 구매한 조준경은 조준점(십자망선 등)은 있지만, 영점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었다. 심지어 그 중 일부는 십자망선을 밝혀주는 발광체도 작동하지 않았다.
관련법 시행령 제3조 제3조 (총포의 부착물에 대한 제한)에는 소음기를 비롯한 조준경에 실총부착에 대한 제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명확하지 않다. 군인들이 소유한 조준경을 수사한 지역 경찰청 수사관들에게 조준경의 정확한 정의를 문의했으나, 이들 수사관은 일절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과거 서울경찰청이 민원접수에 대한 답변을 내린 것을 보면 ▲전원 단절로 인한 조준점 미발생 및 조준점이 없는 경우 ▲(영점)조절장치가 없거나, 조절부품이 있어도 조절 작동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조준점이 있어도 사물식별이 안되는 경우 등은 조준경에 해당되지 않는다.
즉, 군인들이 구매한 조준점의 영점조정이 불가능한 조준경은 배율기능이 있더라도 총포화약법상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제품들은 포털사이트 온라인샵에 널리 팔리는 완구용 더미 조준경이나, 군에 납품되는 3배율 확대경처럼 '스포츠 용품'으로 분류된다.
경찰을 통해 피의자 신분이 된 군인들은 훈련 중인 점과 지휘계통의 보고 등을 이유로 참고인 출석을 미룰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했지만, 해당 수사관은 해당 군인에게 강압적 출석을 요구하다 피의자 신분으로 그를 군사경찰로 넘긴 상황이다.
◆총포화약법, 명확한 법리해석 없어… 시민과 산업만 죽여
지방 경찰청의 무리한 조준경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북 전주시에서 완구용 총기판매업체를 운영하는 A씨(44)는 2016년 9월 영점조정 및 배율이 없는 서바이벌게임용 에어소프트건(성인용 완구)에 부착하는 조준경 220개를 서바이벌게임용 총 부품으로 수입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총포화약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A씨는 법원으로부터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A씨가 총포화약법을 위반했다고 본 것은 경찰특공대에서 배율확대기능이 없는 조준경을 총기에 부착해 사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논리적이지 못한 판결인 셈이다.
반대로 지난 9월 경북지역의 한 경찰서는 조준점의 영점 조정이 가능하고 배율이 있는 조준경을 소지한 피의자에 대해 내사종결(무혐의) 조치를 했다. 총포화약법 관련수사를 하는 각 수사관마다 너무나 엇갈리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부 수사관들이 참고인 또는 피의자의 위법성조각 사유를 확인하지 않고 실적올리기식 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공포식 수사는 군의 전문기술 연구의지를 축소시키고, 관련산업을 황폐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게된다. 이와 관련해 군사전문지 월간 플래툰의 홍희범 편집장은 "최근 군이 전투력 극대화를 위해 워리어플랫폼을 추진 중인데, 외국의 경우 민간의 관련산업(레저 및 광학)이 군의 전투력 향상을 주도해 왔다"면서 "반면, 총포화약법의 과도한 해석과 이에 따른 규제가 우리 군과 민간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홍 편집장은 "조준경 등 총기에 부착되는 광학장비를 살상무기인 총에 준해 규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안보라는 법익에 도움이 되지않는 것"이라며 "스웨덴의 에임포인트사, 일본의 니콘 등은 수렵용 총기와 에어소프트건 사용자들의 수요에서 시작돼, 군사용 장비를 개발·생산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조준경 등 관련산업이 발전할 여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한국의 금형산업 제품은 고품질인 반면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 때문에 해외의 유명 총기 부착물 회사나 전력지원체계업체들은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렇지만 총포화약법 등의 과도한 규제가 이를 막고 있어 관련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총포화약법의 법익이 국가와 시민의 안전이다. 실총의 개인 소유가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에서 실총용 조준경 및 더미 조준경이 사람을 다치게 하는 방법은 던져서 머리를 맞추는 것 밖에 없다"면서 "과도한 규제는 양화를 악화로 만든다. 진정한 국가안전을 위한 수사는 더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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