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일반 사기업 처럼 그저 돈벌이만 위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은행에서는 ATM기기도 남겨놓고, 디지털 무인상담도 가능할 테니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바뀌면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우리 어르신들 무인주문시스템 사용할 줄 몰라 식당이나 카페에 갔다가 곤욕을 치른 일 다들 한 번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지난 3일 서울특별시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신한은행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주민은 이 같이 토로했다.
◆코로나19, 은행 점포 폐쇄 불붙였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은행 영업점포는 총 6333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6599개) 대비 266개 감소한 수준이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내년에도 100여 개 이상의 점포를 축소할 예정이다.
은행 점포는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대와 사업비 절감 등을 위해 지속해서 감소세를 기록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경우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스마트폰 활성화 등으로 인해 점포수를 지속해서 줄여왔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시중은행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수익성 악화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020년 당시 국내 은행의 대손비용 상승 등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던 점도 은행점포 축소에 영향을 끼쳤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은행점포 축소는 본격화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확산되며 은행 점포수 감소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은행점포 축소수는 지난 ▲2018년 23개 ▲2019년 57개에서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020년 304개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은행업계에서는 은행권의 점포 줄이기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용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해석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며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은행이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망을 축소하고 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은행의 점포망 축소 등은 시대적 변화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은행의 생존전략 중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제도개선에도…"갈 곳 먼 얘기"
저축은행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저축은행 점포는 총 304개에 달했다. 저축은행 영업점 규모는 ▲2016년 323개 ▲2017년 317개 ▲2018년 312개 ▲2019년 305개로 매년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영업점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인근 지점을 대체해 활용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타격이 더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저축은행의 지점 설치가 현행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며 점포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영향력은 없었던 모양새다.
기존에는 저축은행의 지점 설치가 부실예방 및 점포신설에 따른 과당 경쟁 방지의 이유로 금융위원회의 인가가 필요했다. 그러나 최근 비대면 금융 확산 등의 여파로 지점 당초 취지에서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저축은행의 영업활동과 고령층 이용을 제약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자 금융위가 제도 개선에 나섰던 것이다.
금융위는 저축은행 지점 설치 규제를 완화해 영업구역 내 지점 설치는 사전신고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출장소 설치의 경우 사후보고로 전환해 지점 확대의 자율성을 열어줬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미 비대면 거래 확산에 올라탄 만큼 점포 수를 줄이는 경우는 있더라도 늘리는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에 더 중점을 다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순익 차이가 큰 만큼 사업비 절감도 필수적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6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8억원(66.9%)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2021년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 잠정치에 공개된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 10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1.49%에 불과한 수준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정 비용에도 불구하고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지점을 운영해 왔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지점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점포 운영을 유지할 요인이 사라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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