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은행권이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비대면 거래를 중심으로 금융환경이 재편됨에 따라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와 뱅커(은행원)가 빠르게 줄어 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시중은행 및 지방·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총 6326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405개) 대비 79개 감소한 수준이다.
◆국내은행 점포 1000개 감소…공채 줄고 명퇴 늘어
2016년 7101개에 달하던 은행 지점은 불과 5년 만에 1000여 곳 가까이 줄었다. 특히 지방은행이나 특수은행보다 시중은행 점포가 더 많이 감소했다.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올 들어 11월까지 총 203곳의 점포를 폐쇄했다.
시중은행은 이달 중 59곳을 추가 폐쇄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1월에만 최소 72곳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줄어든 건 점포뿐만이 아니다. 은행 인력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정기공채 대신 수시 채용을 늘리고 디지털 수요 증대에 따라 IT·데이터 등 디지털 관련 직군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의 인력은 2018년 7만7968명에서 올 상반기 7만5082명으로 2886명 줄었다.
2018년 482명에 달했던 KB국민은행 공개채용 인원은 지난해 188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공채 규모도 433명에서 100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희망퇴직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희망퇴직자 규모는 2092명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018년 160명에서 올해 9월 기준 487명으로 약 3배 늘었다. 국민은행의 명퇴자 역시 같은 기간 407명에서 800명으로 2배 늘었다.
◆금융 소외계층 어쩌나…대책 마련은 부진
은행권의 대면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 현상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 전면에서 디지털화가 진행 중인 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환경이 확산해 더는 점포와 인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금융 소외계층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당국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지난해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위해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내놨다. 공동절차엔 점포폐쇄 전 사전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시 소비자보호부서와 외부 전문가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며, 폐쇄하기 3달 전부터 2회 이상 고객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그러나 폐쇄절차 준수의 세부기준을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은행 간 협의나 공동대응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당국은 은행 지역재투자 평가 시 점포가 감소했을 경우 점수를 깎는 등 제도개선에 나섰다. 이 경우 점포 감소 수에 비례해 감점하되 광역시 외 시·군 지역은 감점폭을 확대하겠단 복안이다.
시중은행은 줄어든 점포와 인력으로 서비스 공백을 디지털 전환으로 대체하고 있다. 디지털 창구나 인공지능(AI) 행원을 개발해 배치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최근 화상상담 서비스를 도입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창구로 대면창구 수준의 업무 효율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AI 행원도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AI 행원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이미 전국 66개 영업점에 AI 행원 72대를 보급한 상태다. 내년 말까지 400~500대까지 AI 행원을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지난달 AI 행원을 선보인 농협은행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한 인공지능(AI) 은행원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고 업무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고령층·장애인 등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포용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응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교육 및 전용 자동응답시스템(ARS) 개발 등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은행 점포 폐쇄를 앞둔 지역에선 잇따라 금융 소비자들의 폐점 반대 시위가 이어져 당분간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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