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맞는 것은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였다. 정부가 코로나19 위중증·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렉키로나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의료 현장에선 렉키로나를 알지 못하는 의료진이 수두룩 했고, 렉키로나를 맞을 수 있는 병원도 서울 내 3곳 밖에 없었다. 위중증·사망률을 82%나 줄이는 국산 치료제는 10만명 분의 수량이 있음에도 시스템 문제로 환자에게 닿지 못했다.
지난 20일 기자의 70대인 가족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4일 렉키로나를 맞았다. 4일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렉키로나 문제점을 짚어본다.
◆"렉키로나, 그런 거 모릅니다"
렉키로나를 맞으려면 환자가 직접 병원에 문의하고 맞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해야 했다. A씨가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병원과 보건소 어느 곳에서도 렉키로나라는 치료 옵션이 있다는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 문의도 쉽지 않았다.
보건소에 문의했을 때는 "(렉키로나가) 뭔지 알지 못한다"고 전화를 돌리거나 "치료제에 대한 지침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재택치료자 전담 병원에서는 "조건이 까다로워 맞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모르겠으니 확인해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렉키로나를 맞는데는 조건이 있다.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성인 경증 환자여야하며 증상 발생일로부터 7일 이내여야 한다. 나이가 51세 이상이거나, 50세 이하 가운데 비만이나 기저질환자, 그리고 CT 상 폐렴소견이 있는 확진자가 투여 대상이다. A씨와 같이 70대 이상이고 증상 발현 이후 이틀이 지난 경증 환자라면 렉키로나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전담 병원에서도 렉키로나에 대해 알지 못했고 치료제를 투여하는 병원에서도 안내가 전혀 없었다.
A씨는 "렉키로나를 놔준 의료진 조차 치료제에 대한 설명과 부작용 안내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치료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치료제 효과나 부작용 설명도 받지 못하니 정말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주사를 맞을 곳이 부족하다
치료제를 맞을 수 있는 곳도 여전히 부족했다. 현재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가 서울 내 렉키로나를 맞을 수 있는 강남베드로병원과 서울시립서북병원 그리고 희망병원 등 단 3곳이다. 정부가 일반병원 등으로 렉키로나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 3곳 병원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하루 수용 인원은 많아야 5명 안팎이다. 특히 주중에만 치료제를 맞을 수 있고 주말엔 운영하지 않는다. 이렇게 밖에 제한할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은 의료 인력의 부족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음압 병상은 있지만 확진자를 전담할 수 있는 간호 인력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며 "간호 인력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전혀 되지 않고 있어 주말엔 아예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확진자와 다른 환자들이 같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오전에는 일반 환자, 오후에는 확진자로 나눠 받을 수 밖에 없어 시간 제한도 있다"며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한달은 더 걸릴거 같다"고 토로했다.
◆병원 이동도 자유롭지 않아
더 큰 문제는 병원으로의 이송이다. 렉키로나를 맞기 위해 확진자가 자택에서 병원을 오가려면 전담 병원에서 제공하는 엠뷸런스나 방역 택시 등을 이용해야 한다. 자차 이용 등은 전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확진자가 렉키로나를 맞을 수 있는 병원을 예약했다 해도 이동 수단을 구하지 못해 갈 수 없는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병상과 의료진이 문제가 아니라 이동 수단이 없어서 예약이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며 "해당 보건소나 전담 병원에 문의해서 그 시간에 이송이 가능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택 치료자 전담 병원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동 수단까지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는 "드라이브스루 선별 진료소도 허용하고, 확진자가 활보를 하는 상황에 확진자가 혼자 자차를 몰고 가는 것이 왜 위험한지 모르겠다"며 "확진자가 이렇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동수단 제한까지 있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구용 치료제만 허용할건가
렉키로나 제조사인 셀트리온은 이미 올해 초 10만명분의 렉키로나 생산을 마치고 공급을 대기중이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급은 3만회분에 그쳤다. 23일 0시 기준 렉키로나는 212개 병원에서 3만3915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지난 2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이후 8개월여 처방이 이어져온 렉키로나는 위중증화·사망률 82%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인을 앞둔 다국적사의 경구용 치료제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효과다.
반면,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가 제조한 경구용 치료제는 발빠르게 도입 중이다. 방역당국은 화이자 경구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7만명분 구매 계약을 이미 마친 상태이며 내년 1월 최대 30만명분 도입을 위한 막바지 협상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효과 좋은 국산 치료제를 한국 정부가 외면하며 위중증, 사망자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구용 치료제는 1일 2회, 한 회당 3알씩 5일간 총 10회 30알을 복용해야 하며 가격은 700달러 수준인 반면, 렉키로나는 1회 정맥 주사 만으로 효과가 3일내 나타나며 가격도 40만원 수준이다.
천 교수는"그동안 렉키로나의 공급이 충분히만 이루어졌어도 위중증자,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구용 치료제에 몰입할 것이 아니라, 렉키로나 공급부터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천 교수는 "몰누피라비르나 팍스로비드의 집에서 편히 복용할 수 있긴 하지만 간이 나쁘거나 하면 복용이 어렵고 부작용도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며 "렉키로나는 이미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 증명된데다 1회 주사만으로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선 렉키로나가 훨씬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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