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세대교체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자 '안정'보다 '변화'에 맞는 최고경영자로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오는 2022년 금융 이상(Beyond Finance)의 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보다 젊고' '보다 친밀한' CEO를 선택하고 있다.
◆금융지주 수장, 경영관리 후계구도관리 집중
금융지주 수장들은 임기만료 시기가 대부분 2023년으로 여유로운 만큼 경영성과를 쌓고 후계구도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는 2023년 11월까지다. 지난해 3연임을 확정한 윤 회장은 올해 만 66세다. 한차례 추가 연임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세대교체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부회장직 신설을 통해 후계구도 윤곽을 잡았다. KB금융은 이달초 부회장직에 이달 임기만료를 앞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를 승격시켰다. 지난해 선임된 양종희 부회장과 함께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대표가 3인 부회장체제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현재 양 부회장은 올해 글로벌부문까지 담당하면서 포스트 윤종규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프라삭 MFI와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을 인수하며 계열사 전체가 동남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진출이 장기프로젝트인만큼 이를 담당하는 부회장의 경우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양 부회장에게도 경쟁자는 있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허인 KB국민은행장이다. 허 행장은 윤회장이 은행장 겸직을 그만둔 뒤 행장에 오른 인물이다. 허 행장은 재임 4년동안 리딩뱅크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말 2조3195억원을 기록, 허 행장이 취임했던 3년 전보다 6.7% 증가했다.
현재 차기 회장을 두고 고민하는 금융그룹은 하나금융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4연임에 성공하면서 2012년부터 내년 3월까지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고 있다. 다만 내부규범상 회장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기 때문에 3개월 안에는 새로운 회장을 선택해야 한다.
내부에선 함영주 부회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꼽힌다. 함 부회장은 최근 하나금융 주요 계열사 임원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그룹 워크숍을 총괄했다. 매년 10~11월 다음연도 사업계획을 구상하기 위해 마련된 워크숍은 김 회장이 주재하는 것이 관례였다. 최근 그룹에서 김 회장을 대신해 주요회의를 이끄는 것이 많아진 만큼 차기 회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함 부회장은 현재 채용관련 재판이 진행중이며 내달 12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법적리스크 해소여부에 따라 차기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
박 행장은 올해 초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에서 차기회장 후보군을 발표할 당시 김 회장, 함부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려 입지가 견고해진 모양새다. 그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은행장과 자산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뒤 지난해까지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으로 일했다. 하나금융이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하나은행장에도 올랐기 때문에 박 행장이 함 부회장과 함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힌다.
◆계열사, 안정보단 '혁신'…50대 젊은피 수혈
금융지주는 올해 무엇보다 계열사 CEO 교체에 심혈을 기울였다.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KB금융은 주력 계열사 대표 연령대를 1960년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내렸다.
국민은행장에 선임된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은 1966년생이며, KB국민카드에 선임된 이창권 KB금융 전략총괄(CSO)은 1965년생, KB생명보험 대표로 선임된 이환주 KB금융 재무총괄부사장(CFO)은 1964년생, KB저축은행 대표로 선임된 허상철 국민은행 스마트고객그룹 대표는 1965년생이다. 내년부터 디지털 경쟁 등이 치열해질 수 있는 만큼 비교적 젊은 CEO를 임명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사 출신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폭도 확대됐다.
신한금융은 신한자산운용에 전통 자산과 대체 자산 부문 각자 대표제를 도입하고 전통 자산 부문에 지난해 12월까지 KB자산운용 사장을 지낸 조재민 전 사장을 추천했다.
연임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지난해 선임된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도 외부 영입 인물이다.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성별 연령 출신 등에 관계없이 최고 수준의 외부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직된 조직문화 탈피…'여성리더' 발탁↑
이 밖에도 여성 CEO를 발탁하는 사례도 늘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시대적 변화흐름에 맞춰 경직된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유연한 사고와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다.
신한금융은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전문회사인 신한DS 대표에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을 선임했다. 조 부행장은 금융권 최초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es)' 1기 과정을 수료했다. 은행 디지털개인부문장을 역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고객 마케팅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이다.
KB금융도 2018년 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 기록을 쓴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임기를 1년 연장했다. KB증권의 리테일 고객 총자산은 올해 3분기 기준 131조원으로 박 대표가 취임 전과 비교했을 때 3배가량 증가했으며, WM금융상품 자산 역시 35조6000억원으로 7조원 이상 늘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의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 등의 여성 인재풀을 활용해 박영미 손님행복본부장과 고금란 영업지원본부장 등 2명을 여성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김소정 디지털경험본부 부행장과 이인영 소비자보호그룹 상무, 김미숙 연금사업본부장과 함께 하나은행의 여성 임원·본부장은 총 5명이 됐다. 이들은 모두 70년대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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