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수요 침체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국내 정유·화학사들이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정유업계는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非)정유 사업의 수익 확대로, 화학업계는 ABS(고부가합성수지), PVC(폴리염화비닐), 폴리에틸렌(PE) 등의 수요 급증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또한 배터리 업계는 특허권을 둘러싼 갈등을 마무리짓고 핵심소재에 대한 투자를 단행을 통한 중장기 전략을 세우며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최대 실적 작성…'수소-ESG' 경쟁력 강화
국내 화학업계는 주력 제품 수요 확대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주요국의 백신 보급 확대와 접종률 증가로 글로벌 경제 활동이 살아나면서 실적으로 연결됐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1조7060억원, 누적 영업이익 4조277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2분기에는 매출액 11조4561억원, 영업이익 2조2308억원을 달성하며 매출 및 영업이익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재생에너지, 위생 등 친환경 소재를 포함한 차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개선이 석유화학부문의 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합의금 1조원이 반영되면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PVC, 가성소다 등 케미칼 부문 판매 호조에 힘입어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인 1조333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6조2898억원, 누적 영업이익 1조9915억원을 달성했다. 2분기에는 매출 2조1991억원, 영업이익은 753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금호석유화학의 효자 품목으로 주목받은 일회용 장갑 소재인 NB라텍스의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졌고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타이어용 고무 제품의 수요도 개선된 결과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12조9622억원, 누적 영업이익 1조5061억원을 거뒀다. 특히 올해 2분기에 매출액 4조3520억원, 영업이익 5940억원을 기록하며 2018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에 반기 영업이익 1조를 달성했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증가 추세를 보였고 친환경·위생소재의 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유지됐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화학업계는 배터리 소재와 수소 등 친환경 사업을 위한 체질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화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기반한 지속가능 성장 분야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구체적으로 바이오 소재·재활용(Recycle)·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등 지속가능경영 비즈니스에 3조원을 투자해 석유화학사업본부를 육성할 방침이다. 또 세계 1위 종합 전지 소재 회사 도약을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양극재부터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CNT 등으로 늘리고 이 분야에만 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고효율 태양광셀과 수전해 기반의 그린 수소, 수소 혼소(混燒) 기술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서 확보한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활용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 개발업체인 RES프랑스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미국 태양광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REC실리콘 지분 16.67%를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생산 시설 확대와 고효율셀 연구에 2025년까지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7월 발표한 '2030 수소 성장 로드맵'을 위해 국내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공장을 신설하고,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등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정 수소 생산을 위해 생산 중인 부생수소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해 블루수소 16만톤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포트폴리오 확대와 더불어 조 단위 석유화학설비 투자도 이어간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인 '라인 프로젝트'(LINE Project)를 추진, 연산 에틸렌 100만t을 생산하는 나프타 크래커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OCI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ESG사업을 주도하는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ESG 경영의 가치가 점차 높아지는 화학 산업에서 태양광과 합성수지 등 화학업계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온 양사가 전략적 사업제휴 강화로 '친환경 소재사업' 발굴을 통해 화학업계의 돌파구를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K-배터리3사는 올 연말 인사를 단행, 신규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온은 최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 및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오너일가이자 그룹 대주주인 최 수석부회장이 지휘봉을 잡게되면서 SK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SDI도 연말인사에서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룹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며 '재무통', '전략통'으로 인정받은 최 사장이 삼성SDI를 맡게됨에 따라 배터리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부회장을 새로운 대표로 맞이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유 업계 흑자 전환…다양한 사업으로 영역 확대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정유 업계는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 등에 따른 제품 수요 증가로 조 단위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사업의 흑자전환과 화학·윤활유 사업의 이익 확대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2조6599억원, 누적 영업이익 1조6275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은 매출액 13조9334억원, 영업이익 737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올 한해 누적 매출액은 46조5933억원, 영업이익은 2조364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36.3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을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 올해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매출액 12조3005억원, 영업이익은 6185억원을 달성했으며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뤘다. 석유 유가 상승 및 등·경유 등 석유 제품 마진이 개선돼 석유사업부문에 실적을 이끌었고 윤활유사업에서도 시황 개선에 따른 마진 증가, 미국·유럽 등에서 판매량의 증가 등으로 실적 호조를 보였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1조원대 영업적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19조1728억원, 영업이익은 1조7497억원의 거두는 데 성공했다. 에쓰오일은 윤활기유·석유화학 비중이 60%를 넘어서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현재 상승세가 4분기로 이어진다면 사상 첫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약 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현대오일뱅크도 정제마진 개선과 석유화학·윤활기유 사업 개선으로 올해 3분기까지 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정유업계는 델타와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정유 사업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또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통한 친환경 포트폴리오도 다갹화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 프로젝트 시운전을 마친 뒤 이달 말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HPC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현대오일뱅크는 PE(폴리에틸렌) 85만톤, PP(폴리프로필렌) 50만톤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3월 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에 이르는 수소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전국 180개 수소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연간 에틸렌 75만톤, PE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준공을 마치고 현재 가동중이다. 이 설비엔 2조7500억원이 투입됐다. 또한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손 잡고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에 나서며 수소시장에 진출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비롯해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만드는 스팀크래커, 고부가가치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하는 PE, PP 시설로 구성된다. 에쓰오일은 삼성물산과 손잡고 청정수소(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되는 수소)·청정암모니아(청정수소를 변환한 형태의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국내 도입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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