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여섯 밤의 애도

고선규 지음/한겨레출판

 

어느 만우절에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말을 전해준 이에게 "아무리 4월 1일이라고 해도 그렇지. 참 수준 낮은 장난을 치는구나. 쯧쯧쯧. 언제 철들래?"라고 타박을 했는데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었다. 그날 늦은 밤 친구의 장례식장에 갔다. 그의 남동생은 바닥에 엎드려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그 옆에는 아무렇지 않게 태연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던 친구의 어머니가 있었다. 연말 모임에 참석한 사람처럼 짙은 화장에 화려한 귀걸이를 한 그녀는 울면서 빈소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달랬다. 정작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란 사실을 잊은 채로.

 

친구의 어머니는 "나는 내 자식이 미국에 유학을 갔다고 생각할 거다. 그래서 볼 수 없는 거라고. 그거나 이거나 못 보는 건 똑같은 거 아니겠느냐"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건 어떤 종류의 슬픔일까. 사람들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그녀를 보며 계모나 다름없다고 수군거렸지만, 필자의 눈에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진 나라에 살다 보니 종종 주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부고가 들려 오곤 한다. 가까운 사람을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20~30대 여성 자살 사별자 다섯 명과 함께 상담과 모임을 진행한 내용을 토대로 '여섯 밤의 애도'라는 책을 펴냈다. 임상심리전문가로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일했던 그는 "심리부검면담을 하면서 나는 자살자가 남긴 질문을 들었다. 이 질문들은 자살 사망자들이 또 다른 자살을 막기 위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을 이어지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답을 찾아 해결하라고 던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에서 저자는 가까운 사람의 자살 후 남겨진 사람들과 함께 온전히 고인을 애도하며 같이 그 답을 풀어나간다. 이 애도 안내서는 죽음 직후 마주한 슬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사람의 이름을 조금 더 편안하게 부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자살 사별자들이 책에서 나눈 우리의 이야기에 참여해서 함께하며 꾹꾹 눌러 담아놓은 고인의 이야기 상자를 열어 회피하거나 미뤄왔던 애도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잃은 것을 아파하느라 다시 또 많은 것들로부터 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298쪽. 1만7000원.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