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당뇨 환자 수는 5억명에 이른다. 세계 성인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당뇨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혈당측정기 시장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하루에 몇 번씩 손가락 끝을 찔러 혈당을 측정하는 자가혈당측정방식이 아니라 체내 삽입된 기기를 통해 5분에 한번씩 혈당이 자동 측정되는 '연속혈당측정기(CGM)'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CGM 시장 규모는 60억달러(약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0년 이후 연 25% 고성장세를 지속하는 분야다. 업계는 올해 CGM 시장이 기존 자가혈당측정기 시장을 앞지르고, 앞으로 5년 후 3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GM의 새역사를 쓰고 있는 국내 기업이 있다. '나노다공성백금'이라는 무효소 방식 센서의 독점 기술을 보유한 유엑스엔(UXN)이다.
이 기업은 글로벌 CGM 업체들이 사용하는 불안정한 효소 대신 백금을 사용한 센서로 CGM의 효율을 크게 높이고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UXN은 '연속'을 뜻하는 C(Continuous) 대신 '항상'을 뜻하는 A(Always)를 넣은 AGM을 내세웠다. 혈당이라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항상 변함없이 건강을 챙기겠다는 따뜻한 의미를 담았다.
박세진 UXN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AGM은 가격과 편의성면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고령화와 팬데믹 등으로 고통받는 인류가 더 오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UXN이 가진 독자기술은 뭔가.
"기존 글로벌 CGM 판매업체 3사(덱스콤, 애보트, 메드트로닉)의 제품은 체내에 삽입되는 탐침의 센서 밑단에 글루코스(포도당) 감응 효소를 코팅해 혈당을 측정하도록 제작한다. 반면, UXN은 효소 대신 미세한 구멍이 스폰지처럼 나 있는 백금 물질, 즉 나노다공성백금을 센서에 코팅한다. 이 백금이 글루코스(포도당)의 산화반응을 유도해 효소와 똑같이 혈당을 측정한다. UXN이 원천 특허를 보유한 핵심 기술로, 미국에만 7건의 특허가 등록돼 있다."
-AGM은 어떤 경쟁력을 가지나.
"효소는 불안정한 생체물질이다. 15일 이상 보관이 안 되고, 온도나 습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광선, 유기용제 등 외부 자극에 의해 쉽게 변질된다. 이 때문에 유통 기한에 한계가 있고, 운반과 보관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반면 백금은 유효 기간이 없고 안전성과 강도가 우수해 효소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백금을 센서에 코팅하는 방식도 효소보다 훨씬 간단하다.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
실제로 손에 쥔 AGM 시제품은 예상보다 작았다. 2~3㎝의 센서를 몸에 부착하면 5㎜의 탐침이 몸안으로 들어가 혈당을 수분 간격으로 측정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물감이나 고통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탐침은 7~14일에 한번씩 교체한다. UXN이 개발한 AGM은 올해 확증임상을 거쳐 내년 제품허가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가격은 기존 제품들의 절반 수준이다. 글로벌 CGM 기업 중 하나인 덱스컴은 지난해 이 같은 CGM 제품 하나로 2조원 매출을 올렸다. 현재 시가총액은 60조원에 이른다.
-연속혈당측정방식이 왜 각광을 받나.
"자가혈당측정기를 사용해 하루 5번 혈당을 측정해도 측정 당시 상황만 알 뿐, 일일 혈당의 변동폭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다. CGM은 5분에 한번씩 정보를 주기 때문에 실시간 대응과 더욱 촘촘한 혈당관리가 가능하다. CGM이 당뇨합병증을 40% 가량 줄였다는 임상 결과를 덱스컴이 발표한 적도 있다. 이 데이터가 꾸준히 쌓이고 실시간 의료기관이 전송할 수도 있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폭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일반 건강한 성인들도 평소 자신의 혈당 변화를 알고 미리 대응할 수 있어 예방의학 분야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제품 출시는 언제쯤 가능한가.
"AGM은 연구자 임상을 진행 중이며 1차 테스트를 지난해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현재 확증임상을 위한 임상시험허가(IDE) 심사 준비 단계에 있다. 몇 차례 연구자 임상을 완료한 후 올해 연속혈당측정기로는 국내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제품 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임상을 연내 마치는대로 내년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제품 출시 역시 내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은 기존 제품 최저가의 절반 수준에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는 전기화학을 마쳤다. 나노다공성백금으로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그가 발표한 논문은 국제 학술지에도 실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혈당 센서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2012년 UXN을 설립했다. 불모지인 한국에서 그가 나노다공성백금을 활용한 혈당 측정에 매달린 것은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
-어떤 계기로 CGM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03년 서울대의학연구원에서 포닥(박사후과정)을 지내면서 '나노다공성 백금으로 글루코스를 효소 없이 측정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메드트로닉이 첫 CGM 제품을 개발한 것은 2005년이다. 그러니 2003년에는 한국에서 CGM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쓴 논문은 이제까지 1000번 이상 인용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창업 이후 상황은 어땠나.
"2012년에 시작했지만 첫번째 펀딩을 받은 게 2017년이다. CGM 시장은 2015년이 돼서야 열리기 시작했으니 2012년에는 그야말로 불모지였다. 5년간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투자자들도 UXN이 보유한 독자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이후 관심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AGM을 다른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올해 UXN의 아젠다이기도 하다. 센서에는 아직도 남는 공간이 많다. 혈당 측정에 그치지 않고 여러 측정 센서를 도입하면 한번의 삽입으로 여러 생체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면 센서의 크기는 줄고, 영구 이식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 인체 무해하고 영구 사용이 가능한 백금 센서는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다. UXN이 독자 보유한 센서는 최소 침습 형태로 생체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월 SD바이오센서가 400억원을 투자, 지분 22%를 인수해 1대 주주로 올라섰다. UXN은 SD바이오센서의 지원으로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내년 AGM의 임상이 완료되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기술특례사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SD바이오센서는 어떤 역할을 하나.
"추후 품목 허가를 받으면 SD바이오센서가 가진 유통망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SD바이오센서는 UXN의 독립된 경영을 보장하며 연구 개발을 여러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상장 계획은.
"임상 품목허가 받고, 판매가 시작되는 2023년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키움증권이 맡았다."
박 대표는 AGM이 상용화되면 백금이 효소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CGM 업체들이 생산 중인 제품들 역시 효소 대신 UXN의 백금 센서를 탑재할 가능성도 높다. UXN는 앞으로 무효소 센서가 세계 시장 표준이 될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년의 성과가 이제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10년 전 CGM을 처음 접하며, 연속혈당측정기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상상했던 적이 있었다. 그 상상을 글로벌 기업들이 그대로 제품으로 구현했고,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UXN도 독자 기술을 활용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인류를 위해 기여할 생각이다. 우리의 기술로 더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누리고, 함께 고생한 UXN 식구들과 우리를 믿어준 투자자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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