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지음/이환 편역/돋을새김
철학책으로는 드물게 국내에서 200만부 넘게 팔린 책이 있다. '세계적인 석학'이라는 진부한 수식어보다는 '철학계의 록스타'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다. 대체 정의가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갖는 걸까. 놀랍게도 정의에 대한 논의는 기원전 그리스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플라톤의 국가론에는 소크라테스가 시라쿠사 출신의 귀족, 칼케돈 출신의 소피스트 등과 함께 정의가 무엇인지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재밌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의 정의'가 고만고만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빌린 것을 갚거나 거짓말하지 않는 게 정의라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구는 친구에게 이익을 주고 적에겐 해악을 주는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
걔중에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혈기 왕성한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가 바로 그 주인공. 트라시마코스는 지배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정의를 어긴 범죄자로 처벌하기 때문에 강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곧 정의라는 주장을 펼치며 소크라테스를 도발한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소크라테스는 "통치자들은 전혀 과오를 범하지 않는 사람들이냐"고 트라시마코스에게 묻는다. 트라시마코스는 "그들도 때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고 답한다. 소크라테스는 "통치자들도 실수를 하기에 법률을 만들 때 항상 그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법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 법을 지키는 게 정의를 수행하는 일이라면 그대의 주장과는 정반대를 따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상대 논리의 허점을 짚는다. 그러자 트라시마코스는 말을 바꾼다. 그는 "우리는 가끔 과오를 저지르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 진정한 통치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 최선의 법을 만들기 때문에 오점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니 강자의 이익을 행하는 것이 정의라는 나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못 박는다. 소크라테스는 트라시마코스의 개똥철학을 어떻게 논파했을까.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304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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