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판매하는 사람이 꽃을 사지 말라고 손님들께 권하기는 처음이네요. 웬만하면 꽃다발, 꽃바구니 선물은 다른 선물로 대신하세요." 동네 꽃집 SNS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한 군데만 그런 게 아니라 대다수 꽃집들이 꽃 구매를 권하지 않고 있다. 졸업 시즌이 한창인데 동네 꽃집들이 울상인 이유는 사입해오는 꽃의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기존 가격대로 팔자니 손해를 볼 게 뻔하고, 그렇다고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11일 aT화훼공판장 기준에 따르면 장미 1단(10송이 묶음)의 지난 7일 기준 경매 평균가격은 1만8196원으로 전년 동월(7101원) 대비 약 2.6배 가량 상승했다. 각종 행사에 인기가 많은 프리지아도 1단의 가격이 작년 1월 1993원에서 현재 5078원으로 2.5배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매사업자들은 시장 가격 안정화를 위해 사업자와 일반인을 구분해 꽃시장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는 축·수산물과 달리 꽃은 도소매 구분없이 판매되고 있다. 농가로부터 온 꽃이 경매에 부쳐진 뒤 판매되는 도매시장에서, 일반 소비자 또한 소매상과 같은 가격으로 꽃을 구입할 수 있다.
꽃집을 운영하는 A 씨는 "꽃집 사정을 알리 없는 대다수는 일반인들도 꽃을 사업자와 동일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매번 양재나 고속터미널 꽃시장에서 꽃을 구입할 수 없지 않느냐"며 "동네 꽃집이 줄어들면 결국에는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게 되고 근본적으로 중도매상들의 꽃 가격 담합을 막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해 일본과 태국도 꽃 도매시장 출입은 소매상들을 먼저 배려하고 라이센스나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꽃도매시장에 누구나 출입할 수 있다.
도소매를 분리하지 않아 유통 질서가 확립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고속터미널 도매인 상인협회(경부선꽃도매)에서는 몇년 전 도소매 분리를 위해 시장 출입증을 만든다고 관계업자들에게 인당 6000원씩 걷어갔지만 지금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농가 살리기의 일환으로 온라인 꽃 판매 플랫폼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농가와 온라인 플랫폼이 직거래 하게 되면서 도매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적거진 것도 이유중 하나다. 화훼 소비 촉진을 위해 정부가 농가로부터 대량으로 꽃을 사들일 때도 꽃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정부가 도소매 가격에 차이를 두지 않는 국내 화훼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화훼농가만 지원하다 보니 동네 꽃집은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꽃이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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