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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조훈현 지음/인플루엔셜

 

대통령 선거가 코앞인데 다들 뽑을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후보가 직접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언급할 정도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다. 오는 3월 선거를 앞둔 유권자 중 차악을 택하려는 사람들은 '비인부전 부재승덕(非人不傳 不才勝德)'이란 고사성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인격에 문제가 있는 자에게 높은 벼슬이나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아야 하며,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 바둑의 전설 조훈현 9단은 '고수의 생각법'이라는 책에서 '비인부전 부재승덕'이란 말의 의미를 절절히 깨닫게 된 일화를 하나 들려준다. 그는 11살 때 일본 현대바둑의 창시자 세고에 겐사쿠 선생의 제자로 들어갔다. 세고에 선생은 "없는 답을 스스로 찾는 게 바둑"이라며 지도 대국에 인색했고, 선생 밑에서 외롭게 바둑 공부를 하던 그는 일본 바둑계의 기인 후지사와 슈코 선생이 운영하는 사설 연구회를 자주 찾았다.

 

당시 2단이었던 조훈현에게 항상 지면서도 만날 때마다 끈질기게 결투 신청을 해오던 이가 하나 있었는데, 하루는 그가 내기바둑으로 한 판 붙자는 제안을 했다고. 조훈현은 세고에 선생이 금지한 것 중에 내기바둑과 도박이 포함돼 있어 처음엔 그의 청을 거절했다. 옆에서 "한 판에 100엔 정도 거는 건 괜찮다"고 한마디씩 거들며 부추기자 조훈현은 결국 내기바둑을 뒀고, 이 사실이 스승의 귀에 들어갔다.

 

세고에 선생은 굳은 얼굴로 "내기바둑을 두었느냐?"고 물었고 제자는 "네"라고 답했다. 스승의 입에서 "내 집에서 당장 나가라! 너는 바둑을 공부할 자격이 없다. 나와의 인연은 오늘로 끝이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렇게 조훈현은 세고에 선생의 집에서 쫓겨났다.

 

어린 조훈현은 스승이 왜 그렇게 혹독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커서 그 이유를 서서히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조훈현은 "단지 몇백 엔의 내기바둑일 뿐이었지만 그때 혼내지 않으면 그것이 훗날 큰 인격적 결함으로 자랄 수 있기에 미리부터 엄하게 혼을 낸 것이었다"면서 "어릴 적 그렇게 혼이 나지 않았다면 나는 조금씩 옆길로 새는 것에 큰 문제의식을 못 느꼈을 것이고, 어쩌면 원칙과 쉽게 타협하는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하며 '문제는 재주가 아닌 인품'이라고 이야기한다. 268쪽. 1만5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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