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제로페이 마니아다. 아버지는 식당에서 점심 먹을 때, 어머니는 장을 볼 적에, 필자는 지갑을 깜빡 잊고 안 들고 나왔을 때, 동생은 요가학원에 등록할 적에 제로페이를 애용한다.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소식은 가족 단체카톡방 구성원을 들뜨게 하는 기쁜 뉴스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시가 비플제로페이 등 23개 앱에서 진행되던 서울사랑상품권 구매·결제를 4개 앱으로 축소하자 서울사랑상품권 발매일에 단 한 명만이 구매에 성공했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필자도 모두 갖가지 이유로 상품권을 사는 데 실패했다. 서울페이플러스 앱이 설치되지 않거나, 오픈뱅킹 등록이 안 되거나, 회원가입시 휴대폰번호로 인증번호가 전송되지 않는 등의 문제였다. 동생은 자기가 할 때는 이런 오류가 안 나서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제방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셋은 거실 소파에 앉아 서울페이플러스 앱을 깔려고 두어 시간을 더 낑낑대다 전부 나자빠졌다.
우리 가족만 신문물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궁금해 애플 앱스토어에 서울페이+이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확인해봤다. 악평과 혹평이 대부분이었다. A씨는 "보통 잘 사용하고 있으면 그 기능을 보완·확대하는데 느닷없는 신한카드가 대행을 하며 결제도 되지 않아 상점에서 불편을 겪게됐다"며 "고객센터 연락처조차 없어 여기저기 알아봐 겨우 신한카드와 통화했으나 언제 결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황당한 얘길 들었다. 그러길 6일 지났으나 달라진 건 고객센터 연락처가 앱에 표시된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고객센터 연락처가 앱에 표출되고 난 후엔 상황이 나아졌을까? 한 사용자는 "이렇게 하자 많은 결제앱을 출시할 거면 최소한 불편사항이나 오류를 신고하고 문의할 게시판 정도는 앱 내에 만드는 게 상식 아니냐. 결제앱으로서 로딩이 엄청 느린 것도 치명적인데 결제 바코드 생성이 안 된다. 근데 이 부분에 대한 시정을 요청할 통로가 없다"며 "달랑 고객센터 전화번호 하나 남겨졌고, 전화하니 상담원 연결까지 8분을 기다리랜다. 피드백에 대한 의지가 하나도 없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제로페이랑 지역상품권 이용자가 스스로 두 손 두 발 들게 해 사업 접으려는 큰 그림이냐"면서 "심신 안정을 위해 탈퇴하고 앱 삭제한다. 서울시나 신한이나 하나같이 무능하고 답이 없다"고 일갈했다.
시민들은 모두 불편하다고 아우성인데 서울시는 시민 편의를 높였다며 혼자 딴소리를 해댄다. 시는 "기존 앱의 경우 23개 중 2개 앱에 결제 비중이 편중돼 있었으나 신규 판매 대행점 선정으로 시민 사용이 많은 7개 앱을 사용할 수 있어 시민 결제 편의성이 확대됐다"고 했다. 전체 결제의 92.2%를 차지하는 '비플제로페이'와 '체크페이'가 모두 빠지고, 현재 '서울페이+', '티머니페이', '신한 쏠', '머니트리' 4개 앱에서만 서울사랑상품권 구매·결제가 가능한데다가 나머지 3개 앱은 5월이나 돼야 모두 오픈되는데 대체 무엇이 편해졌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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