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實在)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인간의 질문은 '실존(實存) 경험'이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물질은 실재하는가? 인간의 경험은 실존적인 경험인가? 질문은 간단하지만 답하기 쉽지 않다.
물리학에서 물질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서 도달하는 것이 더 쪼갤 수 없는 알갱이일 것이라고 상상했고 그것을 우리의 조상들은 '원자'라고 했다. 그래서 근대의 물리학자들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물질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갰다. 하지만 그들이 알아낸 것은 그 쪼깨고 쪼갠 것이 입자가 아니라 일종의 에너지 덩어리로 만들어진 파동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어떤 자연 현상에서는 상상하던 바로 그 입자라는 성질도 관찰되었다. 그런데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한 그 어떤 것의 차이가 놀랍게도 우리와 무관하게 항상 저 밖에 존재하는 달과 달리 어떤 무엇이-인간만이 아닌 측정도구까지- 관찰할 때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리학자인 보어는 그냥 천재적으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려고 하기보다 그냥 그렇기 때문에 어떤 존재가 입자인지 파동인지를 확률이라는 알 듯 말 듯한 개념으로 정리해버렸다. 그걸 불확정석 원리라고 한다.
이후 과학자들은 완전한 진공에서 얼마만한 숫자의 입자로 측정하면 파동의 성질이 입자의 성질로 바뀌는지 야금야금 그 크기를 키워가면서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실재가 우리가 관찰하기 전에는 실체로서가 아닌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이란 얘기다.
물질에 대해서 그렇다고 하자. 그럼 우리가 존재하고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경험하는 실존이란 또 무엇인가? 이러한 철학적 질문의 시작은 사실 오래되었다. 그러나 정확히 답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다양한 철학적 이론들이 있었다. 다만,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연구가 다소 배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모두 일종의 이야기로써 언급되었지만 역시 현대의 다양한 과학적 연구들이 이에 대한 간접적인 그러나 다소 SF같은 몇 개의 답들을 내어 놓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이론들 중 하나가 '물통속의 뇌'이다. 이 이론은 '메트릭스'라는 영화에서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예를 볼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경험하는 경험들이 일종의 경험하고 있다는 가상현실에서의 착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어떤 장치에 연결된 물통 안에 있는 뇌이며 이 뇌는 누군가가 제시하는 전기 자극에 의해 경험되고 있는 것처럼 조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그 꿈의 실재성을 경험하듯이 말이다-물론 자각몽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물통이든 아니든 우리의 경험은 그 자체가 실체적인 것이다. 아마도 이것을 그냥 실존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왜 이런 오래된 논쟁을 다시 언급하는가 궁금할 것이다.
이 물통 속에 있는 뇌의 경험이 이제 이론이나 철학적 논의가 아니라 전자적 자극의 처리와 연관된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에서 다시 실현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굴이라는 물질적인 한계를 벗어나 궁극적으로 영원한 진실의 세계로 가려던 플라톤의 욕망은 아이러니하게도 동굴을 벗어나서 이데아의 밝은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동굴 안에서 다른 동굴을 만들어 궁극적 영원한 가상의 진실 세계로 옮겨가는 전자적 욕망으로 변화된 것이다. 감각의 허상을 벗어나려는 욕망이 감각의 허상을 적극적으로 창조하고 조작하는 것을 통해 가상의 실재로 가는 문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 질문은 우리가 실재하는가 아니면 실제로 우리는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현재 경험이 얼마나 실재적인 정도인가? 라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가장 실제적인 실재는 혹시 우리의 존재가 사라져야만 들어나는 것이 아닐까? 이유는 우리가 실재하지 않는 존재라면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실재가 들어나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말이다. 혹시 독자 중에 이런 말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독자는 아마 종교에서 말하는 신비체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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