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4+1 환승제', '공유 옷장', '미술관 일일 자유이용권' 같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서울시의 정책 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 제시하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저력을 과시했다. 허나 시는 예산과 사업 지원의 근거가 되는 규정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시민들이 내놓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난색을 표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대중교통 환승제 확대 개편', '옷 공유 공간을 통한 의류 쓰레기 감축', '예술 향유 기회 증대'를 골자로 하는 시민들의 정책 아이디어가 모두 '민주주의 서울'에서 공감수 100개를 돌파했다.
시민 권모 씨는 현 최대 4번까지 가능한 대중교통 환승 횟수를 1번 더 추가하는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 권 씨는 "4+1 환승제를 제안한다"며 "단순하게 한번의 환승을 더 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 아닌 같은 방향의 동일한 버스 노선 혹은 같은 지하철역을 이용해야 할 시민들이 착각해 잘못 내려서 재탑승하는 때에 한해 추가적인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버스의 경우 실수로 하차한 시민들이 같은 버스를 다시 탈 때 부당하게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또 지하철은 화장실처럼 급한 용무가 있는 손님들이 비상게이트에서 직원을 호출하면 응답 후 개폐버튼을 누를 때까지 많은 불편이 초래된다"고 4+1 환승제 도입 필요성을 설파했다.
안타깝게도 시민 104명이 공감을 표한 환승제 확대 개편안은 반려됐다. 서울시 교통정책과는 "현재 대중교통 환승할인이 최대 5회 수단(4회 환승·5회 탑승)까지 이용 가능한 상황에서 환승 횟수를 1회 추가하는 것은 운영 기관들의 많은 손실 부담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며 "선의로 이를 허용하더라도 목적지 하차 후 귀가 등 또다른 목적을 위해 동일 노선을 승차하는 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환경 스타트업인 '다시입다연구소'는 서울시에 공유 옷장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청원자는 "지난 2020년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옷장 속에 안 입는 옷의 평균 비율이 21%였다"면서 "이 옷을 공유하고 서로 교환해 입는다면 의류 쓰레기는 물론 패션산업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옷을 버리지 않고 오래 사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교환'에 이어 '수선'과 '업사이클링'까지 가능하도록 옷에 관한 공유 공간을 제안한다"며 "이를 통해 옷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청원자가 구상한 옷을 테마로 한 공유 공간 '21% 옷장'에서는 누구나 안 입는 옷을 가져다 두고 언제든 다른 옷으로 교환해 갈 수 있다. 또 시민들은 재봉틀 워크숍 등을 통해 셀프로 옷을 수선하거나 업사이클링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는 "현재 관련된 예산이 마련돼 있지 않고, 지원 규정 근거가 없어 공유 공간에 대한 장소 제공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시 자원순환과에서 관리하는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업사이클링·재사용 관련 개인 및 기업(단체)을 공개 모집해 최대 5년간 공간을 임대해주는 지원을 하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학생 홍모 씨는 서울시내 미술관을 하루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일일관람권을 만들어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홍 씨는 "종로구의 경우 개인·사립 미술관의 입장료가 성인 1인 기준 평균 7000원~1만3000원 선으로 책정됐는데 작품수가 적어 잠깐 둘러본 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내 개인·사립 미술관을 추가금액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올패스 관광티켓으로 상권 활성을 극대화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서울시 박물관과는 "종로구를 중심으로 다수 사립 미술관을 방문·관람할 수 있는 일일관람권(패스)을 발행·유통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협의 절차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울러 실제 패스를 유통시키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인력 채용, 교육, 홍보 등 세부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는 "장기간에 걸친 세밀한 계획 수립과 연간 운영 예산이 필요한 만큼 의견을 준 사항을 바로 실행하기는 어렵다"면서 "관련 기관과 협의해 중장기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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