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 2.0
임지현 외 10명 지음/휴머니스트
내 편이 아닌 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입에 담기 힘든 비난을 퍼붓는 한국의 정치 풍경은 민주주의의 퇴화를 상징한다. 저자는 지난 20여년 동안 권력의 작동 방식이 힘에 의한 강제와 억압에서 내면화된 규율과 동의를 통한 자발적 복종으로 진화했다고 진단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으킨 의학적 비상사태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책은 짚는다. '위기'라는 이름으로 모든 논의가 봉쇄됐고, 보수와 진보라는 탈을 쓴 두 이익집단은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한쪽은 정부와 입장을 달리하는 상대에 '토착 왜구'라는 딱지를 붙였고, 반대편은 이들을 '빨갱이'라고 매도했다. 사람들의 일상과 의식을 옭아매는 우리 사회의 파시즘적 결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래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212쪽. 1만6000원.
◆소셜미디어와 공익
필립 M. 나폴리 지음/백영민 옮김/한나래
지난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대선 기간 중 공표됐던 여론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가 극명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모론과 루머, 날조된 정보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퍼뜨렸고, 결국 의회에서는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은 트럼프의 계정을 폐쇄하거나 심지어 영구정지시키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애초 동기와 다르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메시지가 사람들을 분리시키고 서로 증오하게 만든 것이다. 책은 '미디어에서 가짜뉴스가 어떻게 생산·확산·소비되는지' 밝히고, 이를 둘러싼 주체들(뉴스 전달자와 소비자, 콘텐츠 공급자와 수용자, 광고업자 등)의 역학 관계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정책적 규제를 탐색한다. 400쪽. 2만원.
◆충분하지 않다
새뮤얼 모인 지음/김대근 옮김/글항아리
모든 것을 가진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사람들이 굶주리길 원하지 않을 만큼 관대하고 자비로웠으며, 일체의 폭력과 억압을 미워했다. 이 왕은 모두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를 주장하기도 했다. 대신 모든 것을 그가 분배했다. 결론적으로 전체적인 불평등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계는 정말로 이런 모습인가? 전 지구적 평등은 상상 속 유토피아에서나 실현 가능한 일인가? 현 상태만으로도 정말 괜찮은가? 저자는 충분하지 않은 세계가 만들어지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국민복지국가 시대를 거쳐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권은 오로지 충분성만을 보장하는 쪽으로 균형을 잃었고, 이로써 자기도 모르게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기수가 돼버렸다. 신자유주의와의 공존으로 사소하고 무력해진 인권 운동의 해법을 제시한다. 448쪽.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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