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모 대학원에서 성격심리학 관련 강의를 하던 중에 MBTI의 비과학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강의를 듣던 학생 중 한 분이 매우 불쾌해 하며 강의 내용에 대한 반론을 제기해서 필자가 여러 가지로 설명을 했지만 뭔가 화가 풀린거 같지는 않았다. 뭐 그분이 MBTI검사에 대한 교육 과정에 많은 돈을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누구나 인생에서 여러 번 호갱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 분노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그 분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주장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해는 동쪽에서 뜬다. 다만,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그 것으로 충분하다.
미국도 한국처럼 MBIT가 폭발적인 인기인 듯 한데 미국의 경우 한해에 약 250만명이 이 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한국도 많은 분들이 이 검사를 받을 것이다. 당연히 필자도 그러한 분들 중 하나였다. 오래전 대학생이었을 당시 필자는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지만 MBTI검사에서 '잔다르크 형'으로 나와 내가 화형될 확률에 대해 생각하고 혹시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 말조심하는 것이 좋은 대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10년 후에 다시 했을 때는 '사교적 유형'으로 바뀌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렇게 유형이 바뀌는 건 2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 즉 내가 잘못 응답했거나 MBTI가 잘못된 것이다. 강의 중 학생이 싫어할 이야기 같지만 필자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들은 다 필자의 오류인 경우가 많지만 MBTI는 성격검사로 오류다.
현재의 성격 이론까지 도달하는데는 많은 심리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우리가 심리학을 공부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걸 쉽게 사람의 '성격'이라고 바꿔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호기심에서라도 많은 성격 연구가 있었고 역사적으로 성격 이론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이 가운데 성격유형론은-사람을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이론- 두 가지의 이론적 패러다임이 있다. MBTI처럼 어떤 범주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구분하는 유형론을 범주 유형론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한 유형론의 또 다른 대표적인 성격 분류는 혈액형 성격론이다. MBTI나 혈액형 성격 이론은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오류투성이인 이론이다. 물론, 그냥 쓱 사람을 쉽게 그리고 약간의 의도성-대부분 편견이다-을 가지고 분류하기 쉬운 측면 때문에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유지하지만 말이다.
대표적인 오류 중 한 예를 들라면 필자가 경험한 것과 같은 것이다. 즉, 할 때마다 유형이 달라진다. 그러나 범주 유형론은 이론적으로는 유형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환경이 변화되어도 기본적인 성격 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론적 틀이 있고 그래서 태어날 때 O형이 욕을 많이 먹어서 AB형으로 바뀔 수 없는 것과 같은 룰이 있다.
또 하나 오류를 설명하자면 4×4로 만들어지는 16가지 유형이 누군가는 가지고 있는 것을 누군가는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는 배타적인 형태로 범주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인간이 16가지 유형을 가진다는 설명 자체는 이런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은 머리가 없고 어떤 사람은 오른쪽 다리가 없는 방식으로 16가지 종류의 성격을 가진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검사를 하다보면 항상 '나는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MBTI로 보면 머리가 반만 있는 사람에 해당되는데'라거나 '반쪽이지만 그래도 오른쪽 다리가 있는데' 라는 식의 애매한 유형의 경계가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MBTI의 논리로는 '모 아니면 도'처럼 사람들을 그냥 한 쪽 유형으로 몰아버리게 된다.
이상으로 말하면 필자가 MBTI를 싫어한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필자는 반대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오류가능성 때문에 활용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자신을 MBTI유형으로 설명하면 관련하여 그 분이 '어떤 면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격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하거나 성격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학적 연구를 할 때는 더 검증된 이론과 방법으로 연구된 다른 성격평가를 활용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결론적으로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은 해가 열심히 저 지평선 넘어에서 기어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구가 그냥 자전을 해서다. 일상생활에서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거야' 라는 말을 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갈 계획이라면 지구가 자전한다는 진실은 우리 생명과도 연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MBTI는 참 재미있는 은유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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